병원들의 스마트병원화 위해 의료기관 역할 구분‧전달체계 개편 필요
의료기관과 관련 산업 간 동반성장 필요…병원 간 격차 줄이는 ‘차등 지원’ 필수

국내 스마트병원 육성을 위해 의료기관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스마트병원 육성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간, 의료기관과 환자 간 등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별 의료기관의 기술적 고립을 경계하고, 의료기관과 관련 산업 간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국내 의료기관 전체의 스마트병원화를 위해 대형병원과 중소형병원 각각에 대한 정부의 차등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발표 후 질의에 답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서비스혁신단 미래의료팀 이지선 팀장(우).
발표 후 질의에 답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서비스혁신단 미래의료팀 이지선 팀장(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서비스혁신단 미래의료팀 이지선 팀장은 지난 24일 청년의사가 주최한 ‘스마트병원,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온‧오프라인 컨퍼런스에서 ‘디지털시대 의료서비스 혁신을 위한 스마트병원 육성 방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환자경험 향상으로 더 나은 치료 제공

이 팀장은 스마트병원을 ‘환자 경험을 향상시켜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정의하고 ▲환자경험 극대화 ▲임상영역에 영향을 주는 오류 최소화 및 제고 ▲디지털화된 정보의 확대와 기술기반 ▲기술 간 연결 ▲실시간 대화 ▲사라지는 병원 경계 등을 스마트병원 특징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스마트병원 육성을 위해 ▲스마트병원이 지향하는 로드맵 ▲스마트병원 육성 저해 요인의 이해 ▲현재 의료체계 전반의 프레임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스마트병원은 비용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구현의 핵심 병원”이라며 “진정한 스마트병원은 Hospital to Home까지 가능해 적시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병원서비스를 벗어나 보다 큰 생태계에서의 디지털화와 정보와 기술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팀장은 국내 스마트병원 도입 현황을 평가하며 “국내 스마트병원 사례를 보면 재정적인 부분, 환자나 의료진의 검증 등을 통해 확인된 시스템이라고 해도 국내 규제 등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기관별로 스마트병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때문에 향후 스마트병원에 대한 지원 시 어디에 얼만큼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중요한 것은 병원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별 병원 경영진이 스마트병원에 대한 투자를 하려고 해도 정작 이를 수행해야 하는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병원 육성으로 함께 가는 병원과 기업

또한 이 팀장은 스마트병원 육성은 병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관련 산업 육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스마트병원 솔루션 개발 기업 대상 설문결과 응답기업의 87%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으로 영세하지만, 이 중 30억 이상의 매출을 거둔 기술집약적 강소기업이 있는 등 정부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향후 경쟁력을 갖춘 세계선도기업을 발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팀장은 “스마트병원 육성의 한 축에는 국내 관련 시장을 활성한다는 목적도 있다. 국내 시장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영세한 규모지만 핵심 경쟁력도 있다”며 “다만 의료기관 간 협업, 실증기회, 조직, 전문가 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스마트병원을 구현하는 것은 병원 하나에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 기업과 협력기관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의료기기 조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링 개념이 돼야 하는데, 이런 개념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스마트병원을 둘러싼 환경 통합적 접근이 개별병원에게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전략을 세워야할지 모호하다”며 “대형병원들은 조직화, 오너의 지지, 계획이 있지만 그 외 병원은 스마트병원 추진을 위한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진흥원이 외래, 수술실, 병동으로 구분해 직접 조사한 ‘우리나라에서 스마트병원 도입이 어려운 이유’도 공개했다.

우선 외래에서는 ▲접수, 수납 절차, 길찾기 어려움 등 환자와 보호자에게 너무 복잡한 병원 ▲병원마다 상이한 외래진료절차 ▲타 병원 진료이력 확인 어려움 ▲너무 긴 검사 및 진료 대기시간 ▲단순 바녹 행정 및 설명 등이 스마트병원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혔다.

수술실에서는 ▲면담이나 교육, 설명이 충분하지 못함 ▲환자 및 수술부위 확인 오류 ▲수술 중‧후 병리검체를 사람이 직접 이송 ▲수술실과 병리과까지 먼 거리 등이, 병동에서는 ▲회진시간의 변경 ▲환자나 보호자가 자리에 없을 때 추가 면담의 어려움 ▲진료‧간호기록 작성 시 시간 소요 ▲병동 내 약물준비로 인한 조제 오류 등을 장벽으로 언급했다.

스마트병원 도입, 혼재된 병원 기능 구분부터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 팀장은 현재 중증질환 진료, 만성질환 관리, 전문화된 질환 진료 등 여러 기능이 한 병원에 혼재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현 의료시스템은 급성질환 관리에 최적화인 병원에 만성질환 관리 패러다임까지 더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질병을 치료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관점과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관점이 함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하나의 병원 서비스를 벗어나 의료서비스의 효율적 제공 방식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스마트병원에서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혼재된 병원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이는 스마트병원화를 위한 장기적 숙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이같은 접근은 너무 거시적이어서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병원 안 혁신부터 시작해 지원하고 정책은 단일 병원 개선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 숙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스마트병 육성 로드맵으로는 ▲병원 안 혁신부터 시작 ▲환자 편의성 제고 영역 우선 지원 ▲정부의 투자 공감대 형성 ▲단일병원 환경개선 차원을 넘어 국가 의료서비스 혁신 유도 및 보건의료 가치 달성 ▲병원과 기업 등 보건의료생태계 전체 동반 성장 ▲미래형 병원의 구체적 모습과 기능역할 재정립 등을 꼽았다.

특히 이 팀장은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 인력, 아이디어, 예산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 해소를 위해 정부 지원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은 아무 준비도 안됐는데 갑자기 인공지능을 도입한다고 하면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현장 공급자가 (스마트병원과 관련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명확히 알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단계별 추진을 통해 현장에서 기술 고립이 발생하는 현상을 줄여야 한다. 질환별로 스마트병원화를 추진한다면, 표준화된 질환부터 시작하는 등의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흥원, 2030년 이후 보며 육성안 마련

한편 이 팀장은 진흥원의 단계별 스마트병원 육성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1단계, 병원 안 혁신의 경우 현재 하 수 있는 자동화, 범용성, 확산 가능성 높은 요소 지원, 1차적 효과 빠른 검증을 목표로 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 병원과 병원 간 연결에서는 원격중화자실 연결 등 2차 서비스 모델 발굴 및 확산 적용, 인공지능 등 기술개발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위한 병원 간 연결,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제 단계별 실증 및 제도적 연계 등이 추진된다.

마지막으로 2030년 이후 진행되는 3단계, 병원과 환자의 연결에서는 스마트시티 내 스마트병원 완공,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단지 내 스마트헬스케어시스템 실증, 병상없는 Vitual Hospital 구축, 스마트헬스케어와 스마트병원 모형 해외 진출 및 컨설팅이 목표다.

이 팀장은 “진흥원은 관련 연구를 통해 스마트병원 육성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부 역시 선투자를 통한 병원 지원, 규모가 작은 병원에 대한 지원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진흥원의 역할은 그런 고민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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