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간호사 1명당 배치환자 수 낮춰 법제화 해야

잦은 간호인력 이직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유연근무제가 떠오르며 시범사업 추진까지 급물살을 타자 일선 현장 간호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조정하기보다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고 이를 법제화 하는 방향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간호사 근무 형태 도입’을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8개 권역 내 의료기관 가운데 간호관리료 차등제 신고기관을 대상으로 참여희망 병원을 선정해 간호사 고용비용을 지원하는 형태의 ‘간호사 근무형태 시범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송영조 과장이 국회에서 유연근무제 관련 예산을 논의 중이며, 해당 시범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일과 가정양립을 운운하며 간호사에게 반쪽짜리 일자리를 제안하는 복지부와 (토론회를 공동주관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연대본부는 “너무나 많은 환자를 보다가 일상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일을 그만둬야만 하는 간호사들의 현실을 멋대로 왜곡하고 더 값싸게 간호사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사들이 일과 임신·출산·육아를 병행하지 못하는 원인은 근무형태가 아닌 과도한 근무강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배치기준을 낮춰 법제화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국가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는 미국은 4~5명, 일본 7명, 영국 8.6명인 반면 한국은 15~20명으로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사들이 인력이 없어 높은 강도와 장시간 노동으로 임신·출산·육아를 일과 병행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들어 다양한 시간선택제를 도입을 주장했지만 간호사 당 환자 배치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연근무 전제조건으로 정규직이 채용돼야 하고 승진 등에서 전일제 정규직과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는 점도 제시했으나 간호사 1명당 환자수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근무형태만 달라진다고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바뀌진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간호사 이직과 경력단절을 줄이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방법은 명확하다”며 “인력충원을 통해 간호사가 봐야 할 환자 수를 줄이고 시간외 수당과 체계적인 간호사 교육 등을 제대로 제공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를 위한다는 말로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 정책을 진행시키려는 간호사 근무형태 시범사업을 당장 집어치우고 간호사에게 반쪽짜리 일자리가 아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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