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의료정책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의대생들의 투쟁 기록
신간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 펴낸 동국의대 본과 2학년 김보규 학생

지난 여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료계가 집단휴진으로 거리를 메웠다.

여기에 의대생들도 힘을 보탰다. 릴레이 시위를 시작으로 수업거부 의사를 표명한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던졌고, 급기야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 카드를 꺼내들며 투쟁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지난 9월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 됐으나, 의사 국시 실기시험 거부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집단휴진을 강행했다는 의사집단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의사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방향을 튼 것이다. 미래 의사가 될 의대생들이 집단휴진에 동참했다는 괴씸죄에 자질 논란이 더해져 의사 국시 재응시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대생들은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꾸기 위한 행동들이 ‘밥 그릇 챙기기’로 비춰지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국의대 학생 70여명이 최근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이 책을 기획한 동국의대 의학과 본과 2학년 김보규 학생을 만나 집필 배경과 의대생들의 투쟁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의대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사 국시 재응시 논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무엇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게 의대생들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동국의대 본과 2학년 김보규 학생
동국의대 본과 2학년 김보규 학생

-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의료계 집단휴진 당시 학교 근처에 있는 경주역을 찾아 시민들을 대상으로 파업사태를 알리려 노력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사파업과 의대생 수업거부 사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를 꾸준히 했지만 이런 채널을 접촉하는 연령층이 편향돼 있어 정보 접근이 제한될 수도 있겠더라. 다양한 분들에게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려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동국의대 비상대책위원회 팀원들과 함께 기획하게 됐다.

- 의료계 집단휴진 당시 의대생들도 단순히 시위 참여에 그치지 않고 수업거부에 이어 동맹휴학, 국시거부로 투쟁 수위를 점차 높여 나간 이유는 무엇이었나.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있지만 수업거부나 동맹휴학, 국시거부 등 단체행동을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의대생들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공감대가 이 같은 행동들로 터져 나온 거라고 본다. 정부의 의료정책이 가져올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목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는 것 같았다. 행동을 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겠다는 좌절, 절망감, 허무함이 수업거부로 터져 나왔고 동맹휴학, 국시거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 연일 의대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의대생들이 직접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의대생들의 휴학이나 국시거부가 장기적으로 봤을 땐 보건의료인 수급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런 질타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살펴봐야 할 게 있다. 당장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공공의대 정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의료계와 별다른 협의 없이 갑자기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의대 정책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더라도 시기가 굳이 지금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본질은 잘못된 의료정책인데, 남은 건 의대생들을 향한 비난이나 분노다. 의대생들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건데, 사과를 하게 되면 정책이 잘못됐다는 순수한 메시지 조차 퇴색될 거라고 생각된다. 이번 사태 책임은 혼란스러운 시국에 의료계와 협의 없이 정책을 들고 나온 정부에게도 있다.

- 의대생들을 향한 비난과 분노, 어떻게 하면 풀 수 있겠나.

의대생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밥그릇 챙기기’였다. 조금은 불순한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의대생들이 계산해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의료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고, 왜 의대생들이 나서게 됐는지를 책으로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공론화 해 같이 나누고 싶다는 염원을 담았다. 이런 의미를 담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데 쓰고 있다. 한국어린이백혈병재단에 500만원, 한국난치병아동돕기운동에 100만원 기부했고 앞으로 창출될 수익도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의대생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비판 하시더라도 왜 그랬는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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