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이형기 교수, 백신 개발 이후 극복할 문제들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보다 백신 개발 가능성이 더 높으며,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접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물량 확보뿐만 아니라 백신 거부감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는 지난 22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치료제보다 백신 개발로 코로나19를 극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들 중에는 임상적 효과가 큰 의약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이형기 교수는 지난 22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별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이형기 교수는 지난 22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에서 진행된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별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최근 보고서(On pins and needles: Will COVID-19 vaccines ‘save the world’?)를 통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총 7~9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접종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여러 이슈들이 생겨 최근 (개발이) 주춤하는 상황”이라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희망적으로 생각해보면 올해 말까지 1~2개 정도는 개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돼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물질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개발하고 있는 ‘AZD1222’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BNT162’를 꼽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일 백신 후보 물질을 맞은 환자에게 횡단척수염이라는 희귀 척추 염증성 질환이 발견됐다며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부작용 조사 이후 영국과 브라질에서는 임상시험이 재개됐지만 미국은 보류됐다.

“백신 안전성 매우 중요…생산과 이송 인프라도 있어야”

이 교수는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것이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백신이 나오고 접종도 이뤄지면서 코로나19가 잦아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백신 개발 이후 유통 과정의 안전성 확보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 계획이 중단된 것도 유통 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백신은 개발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접종 받을 수 있도록 생산해서 곳곳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훼손되면 백신이 갖고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가 전체의 의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계획대로 국제백신공급협의체인 코벡스(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1,000만명분, 개별 제약사 등과 협상해 2,000만명분이 확보되면 전체 국민의 60~70%가 접종을 받아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백신 거부감이 집단면역 저해…무임승차 안된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다. 미국에서는 백신이 나오면 가능한 빨리 접종하겠다는 성인이 39%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여론조사기관 입소스 18~21일까지 성인 1,800명 조사).

이 교수는 “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인 MMR 백신이 소아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유명한 저널에 발표됐지만 문제가 있어서 결국 철회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철회됐다는 사실보다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만 기억하다보니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며 “젊은 사람들 중에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별로 없으니 맞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갖고 있어야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려면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백신 개발과 생산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수용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 부분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면 나는 안맞아도 되지 않느냐며 무임승차 기회를 노리는 사람(free rider)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사회에 조금씩 기여를 해야 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백신이 개발되면 접종하고 집단면역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세계 시민 모두 조금씩 감당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촌 또 올지 모른다, 범국가적 리더십 확보해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학술원(NASEM,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은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 ▲의료 종사자와 first responder(5%) ▲기저질환자와 공동생활 노인(10%) ▲노출 위험이 높은 필수 서비스 종사자, 교직원, 노숙자 쉼터, 교도소 수감자, 노인(30~35%) ▲청소년, 아동, 필수 서비스 종사자(40~45%) ▲나머지(5~15%) 순으로 5단계 접근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경찰과 군인이 우선순위에 배치돼 전문가들 사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정부도 고려하고 있겠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선위 등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와 비슷한 사스(SARS)나 메르스(MERS)가 유행했을 당시에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진행됐지만 감염자가 줄자 추동력도 사라졌다”며 “당시 개발을 중지하지 않았다면 지금 오히려 조금 더 쉽게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개별 제약사나 민간 영역에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다. 코로나19의 사촌격인 바이러스가 언제 또 출몰 할지 모른다. 범국가적인 리더십을 확보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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