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응급실 실사…근무계획표 비교해 인원 점검
교수들 “면허정지 전공의 나오면 우리도 사직”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실을 실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실사를 나왔다는 소식에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시범사례로 행정처분을 받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정부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구석으로 몰고 있다며 면허정지 처분 사례가 나오면 교수들도 사직서를 내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수련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위주로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 이행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이후 수도권 수술, 분만, 투석실과 비수도권 지역까지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면허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오늘(26일) 실사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따라 실제 적발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구체적인 (적발) 사례가 나올지는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실사단이 병원 게시판에 붙여 두고 간 업무개시명령서
복지부 실사단이 한 대학병원 게시판에 붙여 두고 간 업무개시명령서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20여개 수련병원에 복지부가 실사단을 파견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근무 상황을 점검했다. 실사를 나온 복지부 관계자들은 근무하고 있는 인력과 근무계획표를 비교해 자리를 비운 의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교육수련부에서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길 거부하자 게시판에 붙여 두고 갔다. 1시간 반 후에도 근무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고려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복지부 실사단을 접한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분개했다. 교수와 전문의들은 당직을 서면서 인턴과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중환자실은 평소에도 전문의와 교수 위주로 돌아간다. 결국 응급의학과 전공의들만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며 “필수의료라고 해 놓고 응급의학과에 칼날을 들이댔다. 기가 찬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시범사례, 희생양이 되는 상황에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된다.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 전공의가 나오면 파업 며칠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응급의료를 무너뜨리는 자해극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구석으로 몰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전공의가 다치면 우리도 사직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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