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및 보호자 폭언·폭행으로 감정노동 시달려
폭언·폭행·성희롱 등 대응 시스템 및 국민 인식변화 필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으로 환자만족과 간병비 부담은 줄었으나, 현장 간호사들은 오히려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정노동으로 인한 간호사의 번아웃(Burn out)을 방지하고 간호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천대 간호대학 이선희 교수는 26일 병원간호사회(회장 박영우)가 개최한 ‘2020년 연구결과 발표 세미나’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인력의 감정노동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웨비나’ 형식으로 마련됐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연구는 감정노동 경험과 인식에 대한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초점집단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FGI)로 진행됐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 2곳, 종합병원 2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8명이 참여했다.

초점집단인터뷰 주제는 ▲감정노동경험 ▲감정노동에 대한 대응방식 ▲직무스트레스 ▲업무소진 ▲이직의도 ▲직무만족도 ▲감정노동 보호방안 등으로 이를 통해 조사·분석된 실태자료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인터뷰 결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사들은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폭언·폭행, 성적 수치심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를 갈 때 환자 스스로 성기를 노출하거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는 등 피해 사례도 다양했다.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경험한 간호사들은 주로 팀장이나 수간호사, 선임, 동료, 주치의, 담당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거나 환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직접 교육을 하기도 했지만, 참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또 환자가 단순히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누른 콜벨이나 전화 문의,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달라는 사소한 요구 등도 직무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업무 소진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환자로 인한 감정노동이나 스트레스도 문제지만, 인력부족 인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과 과도한 업무량도 이직 사유로 꼽혔다.

이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내 간호인력의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호사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 개선, 병문안 문화 개선, 폭언·폭행, 성희롱에 대한 환자·보호자 교육 시행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더불어 폭언·폭행 등에 따른 체계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 간호사 보호 방안을 구축하고 환자 특성과 병원 특성이 반영된 적정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차원에서는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반복적인 홍보와 설명, 교육을 해야한다고 본다”며 “성희롱, 폭력 예방 교육 및 사건 처리 프로토콜을 구비했는지 여부를 기관평가에 의무화 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보호자 면회나 상주 기준이 모호해 있어야 할 보호자는 가고 가야 할 보호자가 있어 간호사의 감정노동이 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제도화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공단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의 행정부담이 커 이를 간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익을 병원 수익으로 가져가게 할 게 아니라 근로환경개선에 사용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병원 차원에서도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을 거듭하는 환자들에 대해 강제퇴실 조치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기준과 간호사들에게 정신과 상담 등 사후 돌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계 차원에서도 간호인력의 감정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간호대학 교과과정 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커리큘럼을 추가하고 환자상태, 업무종류, 간호 상황에 따른 위임과 지도, 감독 역량을 겸비해야 한다”며 “환자의 정신적, 영적 간호를 위해 인문사회학적 과목 및 간호윤리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간호사회 차원에서는 성희롱 및 폭력행위에 대한 대처 매뉴얼을 개발해 병원 교육 및 자료로 공유 하고 간호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 개선 및 전문직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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