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의 모노태스킹

지난 칼럼에서 나는 자동차보험에 ‘한방제외 특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꽤 뜨거웠다. 악플도 많았지만 지지하는 댓글이 더 많았다. 그런 상품이 생기면 제일 먼저 가입하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매우 잘 팔릴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지하게 계산을 한번 해 보겠노라는 손해보험사 관계자의 언급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상품이 출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난번엔 자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국민건강보험에도 ‘특약’을 몇 가지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보장을 줄이고 보험료를 깎아주는 특약도 있을 것이고, 보장을 늘리는 대신 보험료를 높이는 특약도 있을 것이다.


우선 ‘한방제외 특약’이 국민건강보험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2년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중에서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은 단 6%였다. 이 조사는 통계청으로부터 ‘국가통계’로 승인된 믿을 만한 결과다. 즉 94%의 국민은 전혀 한방을 이용하지 않는데도 한방 치료에 대한 보장을 위해 추가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있다는 뜻이다. 비정상 아닌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4%다. ‘한방제외 특약’을 선택하는 국민에게는 4%의 건강보험료를 할인해 달라. 1년에 건강보험료 100만원을 내는 사람이면 4만원이고, 200만원을 내는 사람이면 8만원이다. 이용하지도 않는 부가서비스 사용료를 왜 의무적으로 내야 하나?

이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서는 한방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국민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공개한 적이 없다. 앞에서 인용한 설문조사 외에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설문조사 말고 진짜 ‘국가통계’의 공개를 요구한다.

정반대의 특약도 필요하다.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항목 중에서 국민의 요구가 가장 큰 항목은 아마도 상급병실료와 간병비일 것이다. 이들의 급여화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도 제시된 바 있고 정부도 지속적으로 ‘추진’은 하고 있지만, 실현까지는 요원한 게 사실이다. 이런 보장을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인데, 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에서의 특약이란 바로 이런 때에 필요한 것 아닌가. 국민건강보험에 ‘상급병실료 및 간병비 보장 특약’을 만들어 달라. 1일 상한액을 정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특약보험료 산정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해마다 보험료를 조정하는 건강보험의 특성상, 가입자 수나 급여액의 변동에 따른 미세한 조율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이런 특약의 가치는 단순히 선택권 증대에만 있지 않다. 비대해진 민영건강보험 시장의 제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간병비나 상급병실료 보장은 국민들이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공보험이 이를 적절한 추가 보험료로 보장해 준다면, 민간보험 수요를 공보험이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특약을 선택하는 국민이 점차 늘어날 경우, 자연스럽게 공보험의 틀을 ‘적정보험료-적정급여’ 방향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해묵은 과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공보험이라고 해서 특약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도 일부나마 국민의 선택권이 있으며, 유럽의 공보험들도 제한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매우 특수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구조를 생각할 때, 국민에게 ‘특약’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저보험료-저급여 체제 개선을 위한 묘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머리를 맞대 보자.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