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임상시험 부가대상 여부 질의에 기재부 '적합' 해석사태 심각성 느낀 복지부, 의료계 의견수렴…"의료행위 맞다"

[청년의사 신문 문성호] 대학병원들의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연구비에 떨어진 세금폭탄이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면세였던 임상시험연구비에 대해 과세하기로 방침을 확정한 것은 물론 5년치에 대한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건복지부가 기재부의 임상시험연구비 과세방침에 반대하며, '임상시험은 의료행위 연장선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국세청은 물론 기재부와도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여 복지부의 중재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재부 "임상시험, 부가세 대상" 최종 통보

국세청은 지난해 7월 한달간 한림대의료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임상시험을 부가세 과세대상으로 판단하고 과세예고 통지를 했다. 같은 해 10월 국세청은 추가적으로 임상시험금액 상위 7개 병원인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건국대의료원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에 공문을 보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임상시험용역금액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보건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으로 고부가가치인 신약개발, 의료기기 개발에 앞장서온 대학병원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더욱이 국세청은 1상부터 4상까지 모든 임상시험을 부가세 부과 대상으로 간주하고 임상시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수익 자료를 집중 조사하면서 부가세를 최대 5년까지 소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병원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세청이 기재부에 임상시험이 부가세 부과대상인지 여부를 질의했지만 최근 기재부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가세 부과대상임을 확정하고 이같은 방침을 국세청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모든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부가세를 추징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애초부터 제약사들이 병원에 부가세를 포함한 임상시험연구비를 지급했고, 제약사에서도 병원에 지급한 부가세를 공제받아 왔다"며 "이미 받은 부가세를 내라는 것인데 병원들이 반발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이제와서 세금을 납부한다고 해도 병원들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병원들이 납부한 자료를 토대로 국세기본법상 정해져 있는 존속 기간인 ‘부가 제척기간’ 기준에 따라 최근 5년간의 부가세는 과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부가가치세 부과 황당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정부가 앞에서는 제약산업 및 연구중심병원 육성을 부르짖으며 뒤에서는 세금 걷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이니, 연구중심병원 육성이니 하면서 법인세 등 주요 세금 감면정책을 내놓을 때는 언제고, 뒤로는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국부창출에 기여하는 대학병원들의 뒷통수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현재까지 임상시험연구비에 대해 부가세를 추징하겠다고 통보한 곳은 가톨릭중앙의료원과 한림대의료원, 을지대병원이다. 이들 병원들은 5년간 소급적용이 이뤄질 경우 납부해야 할 세금이 130억원 정도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임상시험금액 상위 5개 의료기관까지 이같은 조치가 확대될 경우 대학병원들이 임상시험연구비에 대한 부가세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9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박상근 회장은 최근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된 제3차 정기총회에서 “최근 대형병원들 사이에서 임상시험 부가세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병원들이 내야 할 돈이 자그마치 900억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림대의료원 등 일부 대학병원은 국세청에 제기한 '임상시험연구비 부가가치세 과세적부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심판은 물론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와 사립대학병원협회도 최근 임상시험연구비에 대한 부가세 과세 방침이 부당하다는 건의서를 국세청에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서를 통해 “임상시험연구는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의 의사, 간호사 및 약사가 신약, 신의료기기, 신의료기술 등의 개발 및 적용과 관련해 새로운 약제를 투여, 효과를 관철, 부작용을 평가하는 행위로 의료라는 틀 안에서 진료와 연구가 균형을 맞춰 이뤄지고 있는 분야”라며 “더욱이 임상시험연구는 기존 진료중심에서 벗어나 연구중심 허브로서 글로벌수준의 연구역량과 산업화 성과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라는 것을 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국의 임상시험 유치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막대한 성장 잠재력과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의 진출로 인해 한국의 기존 지위와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임상시험에 대한 면세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연구자들의 연구의욕이 저하는 물론 임상시험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또한 약화돼 관련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임상시험, 의료행위에 해당”

임상시험연구비 과세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도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의 경우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면서 "오늘(7일) 의료계와 회의를 갖고 의견을 수렴한 후 국세청, 기재부와 함께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미 모 대학병원이 ‘임상시험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약사법 상 임상시험은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해당 약물의 약동(藥動)·약력(藥力)·약리·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는 시험"이라며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하기까지는 안전성 및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임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대상자에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만큼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와 복지부간 힘겨루기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복지부가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힘이 센 기재부를 상대로 승리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국제적인 연구등록 사이트 Clinicaltrial. Gov에 따르면 서울은 2012년도 전세계 도시별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글로벌 임상시험 분야에서 연평균 1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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