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OECD 보고서 분석…“무리한 원격의료 추진, 정부가 국민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0일 OECD 보고서인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OECD 원격의료 보고서가 발간된 지난 1월은 코로나19가 중국 내에서만 확산되고 있었고, 중국과의 인접 국가에서도 산발적으로만 환자가 발생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지금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시기였다”면서 “따라서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되어 지금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다고 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 및 원격 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은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고,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원격의료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보고서는 원격의료의 장점 만큼 위험성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 원격의료 서비스로 대표되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고,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현 상황을 보면, 원격의료 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피력했다.

비슷한 의료 수준을 보이는 국가들을 비교해 봤을 때, 비교적 원격의료 선진국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 중국,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이 한국, 대만, 일본 등 원격의료가 활성화 돼있지 않은 국가보다 코로나19 발생률 및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어 바른의료연구소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의 원격의료 활성화된 정도와 각 국가들에서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6월 4일 기준) 자료를 제시하며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은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선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은 원내 감염이 아니라 지역 사회 감염이 주 전파 경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역 사회 감염의 상황에서는 가정 및 직장을 포함해 사람 사이의 접촉이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에 진료만 비대면으로 한다고 해 전파를 막을 수 없다”면서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고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해 추가적인 전파를 막아야 하는데, 비대면 의료는 진단이 지연돼 더 많은 환자와 접촉자를 양산하게 되고, 이는 감염병 확산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즉, ‘원격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진료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는 게 바른의료연구소의 생각이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확실한 효과가 검증되기 전임에도 막연한 가설을 검증된 사실인양 호도하며 무리하게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정부가 국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지를 판단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으로 귀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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