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추무진 이사장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50만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아 확산세가 계속 되고 있다. 더불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의료 선진국에서도 의료진 감염과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의료진 감염은 감염된 환자를 치료할 의료 인력의 부족을 야기하고, 급격한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져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경계하고 있다.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이전까지 집계된 통계를 기준으로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의료진 감염은 10~20%로 추정되며, 스페인 16.6%, 영국이 14%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급격한 확진자 수의 증가를 보이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누적 확진자 8,488명 중 19.1%가 의료진이며, 이들 중 의사 22명을 포함해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브라질 또한 4월 말 현재 한 달 반 전 이탈리아의 상황과 비슷해져 리우데자네이루 주에서만 의료기관 종사자 1,200여명이 감염됐으며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진료 중 감염된 내과 의사가 투병 끝에 지난달 3일 유명을 달리해 의료계와 많은 국민들이 함께 애도했다. 지난달 6일 기준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확진자는 전체 확진자의 2.36%인 243명이었으며, 지난달 26일에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의료진 감염의 위험은 아직도 높은 상황이다.

의료진 감염은 짧은 시간에 폭증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을 위한 보호장비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진자가 증가하던 2월 하순경 보호복과 마스크 등의 부족 문제가 발생됐으나 안정적인 공급과 한 단계 높은 보호장비의 사용으로 의료진 감염률이 더이상 높아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 드라이브스루와 워킹스루 선별검사소 봉사에 참여했는데 잠실 종합운동장은 넓은 공간과 사방이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여서 드라이브스루 검사 장소로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은 자신의 차량으로 방문해 차 안에서 순서에 따라 이동하면서 검사를 하고 귀가하면 되니 피검사자에게는 매우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었고, 검사자도 매번 방호복을 갈아입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검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혼자 차량 운전할 수 있는 경우만 방문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고, 검사를 하는 의료인력 입장에서는 전신보호복과 신발 덮개, 2중 장갑, 그리고 고글과 보안면까지 착용한 후 검사가 종료될 때 까지 약 4시간 동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거나 물조차 마실 수 없는 고충이 있다. 그리고 장소가 야외이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에 워킹스루 방식은 의료진에게 상당히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줬다. 피검자의 동선과 검사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검사자들은 각각 자신의 임무에 맞게 피검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개조한 콘테이너 안에 있도록 해 검사자에게는 조금 더 안전하고 편리했던 것 같다.

그러나 피검자들은 걸어서 이동하고 검사 후 자신의 검체를 냉장고에 직접 넣어줘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검사자가 검체 채취할 때 자신의 팔 길이와 손 크기, 그리고 두꺼운 장갑으로 인해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고, 피검자가 검사자의 손 높이에 맞게 발판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피검자가 어린이일 경우 보호자가 안아서 검사자의 높이에 맞춰줘야 했다.

검체 채취를 하는 동안 의사협회에서 근무할 당시의 경험 하나가 떠올랐다. 지난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휩쓸면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주변국으로 번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 코로나19처럼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그해 8월 8일 선포했다.

당시 발생지역에서의 치명률은 80~90%에 이르렀고 치료제가 없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인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서아프리카산 수산물 판매 및 야생동물 수입 중지, 교민 귀국 조치,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기피 현상 등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해 8월 보건복지부 에볼라 대응팀 선발대에 이어 10월 16일 적극적인 국제 공조와 에볼라 대응책을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건인력 파견을 결정했다. 그리고 정부의 파견 결정과 국내 유입의 가능성이 고조되던 10월 22일, 의사협회는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레벨 C’ 보호구 지급 요청과 동시에 보호구 착탈의법 교육과 실습을 진행했다.

당시 의사협회의 보호구 탈착의 시연은 언론을 통해 전국에 보도됐다.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는 ‘레벨 C 보호구의 조속한 지급과 지속적인 개인보호구 착탈의법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언론은 의사협회 등 국내 의료 전문가들의 지적과 조언이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다행히 에볼라는 우리나라에 유입되지 않았고 당시의 이러한 노력과 준비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큰 힘이 됐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의료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반복된 교육과 훈련을 지속했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진 감염을 줄인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됐다고 생각한다.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인력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진 감염으로 인해 의료체계는 붕괴될 것이고, 그 나라 국민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또 다시 감염병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반드시 우리를 또 찾아올 것이다. 꾸준한 교육과 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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