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기관 마스크 수요조사 시스템 통해 수요량 체크…행정업무 과중 초래
병원들 “적게 주려는 꼼수 아닌가…실사용량 불일치로 행정처벌 받지 않을까 걱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의료진들이 사용해야 하는 보건용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정부가 마스크 공급을 위해 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스크 필요 수급량 파악에 나섰지만 불필요한 행정업무로 의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여유가 없는 의료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마스크가 어떤 수술을 할 때 몇개나 필요한지 일일이 세고 있을 수도 없는데 1주치를 예상해 일일이 컴퓨터에 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의료기관 내 마스크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의료기관 마스크 수요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1주 평균 마스크 수요량 등 현황을 지난 23일까지 등록해 달라고 했다.

의료기관 마스크 수요조사 플랫폼

마스크 수요조사에 응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수 ▲기타종사자수 ▲입원환자수 ▲간병인수 ▲1주당 평균 수술량 ▲1회 수술에 투입되는 평균인력수 ▲1회 시술에 투입되는 평균인력수 등을 기입해야 한다.

특히 마스크의 경우 ▲수술용 ▲덴탈용 ▲보건용 ▲N95로 구분해 의료진과 비의료진, 입원환자, 간병인 등으로 각각 구분해 수를 기입하도록 했다.

또 현재 단가는 125원 수준이지만 덴탈용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단가를 인상할 경우 얼마까지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마스크 수요조사가 너무 복잡하다는 게 현장 의료진의들 하소연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세하게 마스크 수요량을 파악하는 이유가 최소 공급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하나하나 어떻게 계산해서 입력하라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직원 수나 환자 수에 비례해 마스크를 주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수요조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최대한 적게 주려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세하게 수요조사를 하면 병원들이 조금씩 부풀리기 힘들게 되니 시행하는 것 같다”며 “결국 병원들이 마스크를 쌓아두고 싶어서 부족하다고 말한 복지부장관 인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는 복잡하게 수요조사를 시행하면서 아주 세밀하게 마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이렇게 하면 행정업무가 과중돼 힘들다”며 “정말 필요한 만큼 다 적어도 다 준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수요조사에 적어 낸 내용과 실 사용량이 다르다고 추후 실사를 나와 행정 처벌을 하지 않을지 두렵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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