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NEJM에 백신 및 치료제 개발 투자 촉구

"(감염병) 대유행 시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최고가 입찰자에게 판매해선 안된다. 발병의 중심에 있고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어야 하며, 저렴해야 한다. 이는 올바른 일일뿐만 아니라, 전염을 빠른 시간 내 일단락시키고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하는 올바른 전략이기도 하다. 이것이 지도자들이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이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달 28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지에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각국 정부 지도자들의 조속한 투자를 촉구하는 글을 게재했다.

빌 게이츠는 글에서 "전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1918년 인플루엔자 감염병과 비견할 만한 전파 속도와 중증도를 가진 또 다른 감염병의 유행이 시간문제라고 말해왔다"며 "코로나19가 세기의 감염병이 될 만한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그런 가정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상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약 1%로 평소 건강 문제가 있는 노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인의 사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전파력이 강해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 두세 명에게 전파하는 것은 물론 경증 혹은 심지어 전조 증상 단계에서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음을 지적한 것.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연구의 가속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이미 바이러스 유전자를 시퀀싱해 수일 내 여러 유망한 백신 후보들을 개발했으며, 신종 전염병 대비를 위한 백신개발연합기구인 CEPI(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는 임상시험을 위한 최대 8개의 백신 후보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런 백신 후보들 중 일부가 동물모델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이르면 6월 초 대규모 임상시험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안전성 테스트를 거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이용하고 기계 학습을 포함한 새로운 스크리닝 기술을 적용하면, 몇 주 내 대규모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찾아내 치료제 발견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모든 단계들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다음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시스템 변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감염병 퇴치를 위한 인프라 일부 생성 및 백신 공급, 질병 패턴 모니터링에 따른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부로 활용되도록 1차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질병관리감독 시스템에 대한 투자 및 숙련된 전문요원의 리스트 확보, 비상시 비축 혹은 공급할 소모품 리스트 확보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고, 승인 받고, 병원체 발견 후 수개월 내 수십억 개의 용량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다만 기술, 외교 및 예산 면에서 어려움이 따르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을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백신의 주요 기술적 과제 중 하나는 전염병에 대처하기엔 너무 느린 단백질 제조 방법"이라며 "예측 가능한 안전한 플랫폼을 개발해야 규제 검토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제조업체가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바이러스제는 기존 치료제와 후보 분자물질을 신속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선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기술적 솔루션 이외에도 국제 협력 및 데이터 공유를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항바이러스제 및 백신을 개발하려면 국경을 초월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및 라이센스 계약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임상시험 프로토콜에 대한 합의를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포럼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환자의 안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3개월 이내 결정적인 임상시험 결과와 규제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규제 승인을 확보하려면 수십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 또 질병 감시 및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감염병) 대유행 제품(백신,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매우 위험한 투자이기 때문에 정부 자금이 필요하다. 공공 자금의 지원은 제약회사들을 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국 정부는 몇 주 안에 백신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제조시설에 글로벌 공공재로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시설은 평상시에는 정기 예방 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백신을 만들 수 있으며, 대유행 시에는 신속한 백신 생산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감염병 퇴치 노력에 수십억 달러가 많은 돈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는 꼭 필요한 투자 규모"라며 "주식시장의 붕괴만 봐도 알 수 있듯,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규모"라고 재차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