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17일까지 접촉 환자 207명 중 72명 입원 중…대규모 감염 우려에 특단 조치

퇴사 이송요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이례적으로 오는 23일까지 '병원 전면 폐쇄'를 결정했다.

이는 CCTV를 통해 확진자가 근무 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병원을 오가는 모습 등이 확인돼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21일 새벽 2시부로 전면 폐쇄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권순용 병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본원 별관에서 이뤄진 브리핑에서 "A씨가 20일 밤 1차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이 나옴에 따라 최종 확진 전이지만 선제적으로 병원을 전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21일 새벽 2시부로 응급실을 비롯해 외래 등 모든 진료를 폐쇄한 뒤 CCTV를 통해 확진자 동선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확진자 A씨는 지난 17일 오전을 기점으로 퇴사한 이송요원이다. A씨는 이날 근무 중 발열 및 무력감을 호소해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당시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확인됐고, 엑스레이 판독 결과 폐렴 소견이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으나 A씨는 해외여행력이 없고 확진자를 접촉한 적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않고 돌아갔다.

이후 20일 오전 A씨는 은평성모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1차 결과 양성 판정 후 21일 오전 최종 확진자로 판명됐다.

A씨가 14일 전부터 증상 발현이 있었다고 언급함에 따라 은평성모병원은 내부 CCTV를 통해 지난 2일부터 퇴사일인 17일 오전까지 A씨의 동선을 파악했다.

그 결과 병원 내에서 A씨가 이송한 환자는 총 207명으로 확인됐다. 그 중 135명은 퇴원했고 72명은 입원 중이다. 이에 병원은 입원 중인 72명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는 기존에 폐 질환을 앓던 환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검사를 통해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파악 중이다. 퇴원한 135명은 은평구 보건소에서 관리한다.

의료진 중에는 코로나19 의심 대상자가 없는 것으로 병원 측은 파악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최정현 감염관리실장은 "의료진은 항상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특히 A씨 진료 당시 가정의학과 교수 및 간호사, A씨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진 중 자가격리 대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은평성모병원은 병원 폐쇄 직후 즉시 방역 작업을 실시했고, 72명 접촉 환자를 분리했다. 병원 전체를 방역한 뒤 환자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결정에 따라 외래는 물론 응급실까지 모두 폐쇄됐다. 다만 응급실 폐쇄는 상황에 따라 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최 실장은 언급했다.

A씨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첫 진료를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은 808병상에 달하는 대학병원이다. 하루에 3,000명 이상 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다. A씨가 증상이 시작된 지 14일 만에야 코로나19 관련성이 발견됐던 터라 자칫 병원 내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씨는 직무 특성상 병원의 모든 병동을 오간다. 이송 중에만 환자를 접하기 때문에 접촉 시간이 길지 않지만, CCTV에서 A씨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포착되기도 했다. 외래를 포함해 이례적인 병원 전면 폐쇄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다.

권순용 병원장은 "이렇게 병원을 전면 폐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특단의 조치"라며 "그만큼 환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한 우선순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17일 A씨가 코로나19 검사를 바로 받지 않으면서 병원 바깥에서 3일간의 공백이 생겼다. A씨는 17일 오전 외래 진료 후 병원을 퇴사했기에 3일 동안 병원 내 추가 접촉자는 없지만, 바깥에서 접촉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A씨는 서대문구 거주자로 확인됐으며, 구체적인 동선은 질병관리본부에서 파악 중이다.

최정현 실장은 "A씨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으나 해외여행이력이나 코로나19 환자와의 접촉력이 없어 (검사를) 거부했다"며 강제적인 검사가 힘들었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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