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개 시나리오 내놔…풍토병으로 정착? 계절성 독감?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존 4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지역사회에 정착하거나 계절성 독감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존 4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지역사회에 정착하거나 계절성 독감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사태가 단시일 내에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장기적으로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종류가 하나 늘어나는 결과에 도달할 가능성이다. 사스(SARS)와 메르스(MERS)를 제외하면, 현재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네 종류인데, 이것이 다섯 종류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알려진 네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는 OC43, 229E, HKU1, 그리고 NL63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앞의 두 가지는 1960년대에 발견됐고, 뒤의 두 가지는 2003~2004년 사스 창궐 이후에 발견됐다. 이들은 겨울철 감기를 일으키는 주범 중의 하나로, 모든 감기 중 4분의 1 정도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모두 오랫동안 동물들 사이에 퍼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어느 시점부터 사람에게 옮겨왔는지는 모르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이들처럼 세계 곳곳에 정착해 지속적으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꽤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때 큰 문제를 일으켰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상황이 정리된 사스나 메르스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의미다. 사스나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환자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역설적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개발에 성공하면 큰돈이 되기 때문이다. 금세 사라진 사스의 경우,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노력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기존의 네 바이러스보다 훨씬 증상이 심하고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계절성 독감으로 진화?

둘째, 계절성 독감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다. 바이러스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겨울과 봄철에 나타나는 계절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적당한 시점(아마도 여름 이전)에 통제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사스나 메르스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사망률은 2%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미한 증상을 가진 감염자가 모두 파악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스의 10%나 메르스의 37%보다는 훨씬 낮은 것이다. 하지만 계절성 독감은 사망률이 0.1% 미만이지만 워낙 많은 환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사망자도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사스나 메르스보다 사망률이 낮더라도 그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경우 사망자 총수는 당연히 상당수에 이를 수 있다.

한편, RNA 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력이나 사망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얼마나 잘 일어나는가에 큰 영향을 받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는 계절성 독감이나 HIV보다 훨씬 낮아서 사스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 치명적인 형태의 바이러스로 변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 현실화되는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미래에 관한 두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까. 전문가들은 둘 다 비슷한 정도로 가능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가 조금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 아메시 아달자(Amesh Adalja) 교수는 “독감과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 궤적, 확산 상황을 살펴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절 유행성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른 4개 코로나바이러스도 계절성을 갖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쇠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계절성 독감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아직 알 수 없다”며 “인플루엔자처럼 계절성으로 유행할지, 메르스처럼 특정 지역에 토착화돼 감염을 일으킬지, 사스처럼 아예 사라져 버릴지 알 수 없다. 조금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소아감염 전문)는 “사스나 메르스는 전세계로 퍼지지 못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되지 않을까 싶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언제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인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바이러스로 인해 괴로움을 겪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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