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MR 경력 김경락 노무사 "노무관리 약한 제약업계, 전문적 손길이 필요"

"40대에 노무사로 첫발을 디뎠지만 10년 이상 제약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저에겐 큰 강점이 되고 있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첫 제약·의료 분야 전문 노무사의 길을 갈 생각입니다."

대상 노무법인 김경락 노무사의 일성이다. 제약·의료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여럿 있지만 노무사는 김 노무사가 처음이다. 하지만 제약사에서 10년 이상 영업(MR)을 하며 영업 전국 총괄책임자까지 오른, 그야말로 잔뼈가 굵은 김 노무사에게 '제약·의료 전문 노무사'는 꼭 맞춘 옷과 같다.

12년간 MR이라는 한 우물을 팠던 그는 왜 노무사라는 길을 택했을까. 서울 양재역에 위치한 김 노무사의 노무법인을 찾았다. 개업한 지 약 네 달 밖에 되지 않은 풋풋한(?) 사무실에 대표인 김 노무사를 비롯한 총 세 명의 노무사가 둥지를 텄다.

김경락 대상 노무법인 공인노무사

김경락 노무사는 40대에 자격증을 딴 늦깎이 노무사다.

그는 "노무사는 일년에 300명을 뽑는데, 내가 합격한 2018년에는 합격자 중 290명이 20~30대였고 40대가 7명, 50대가 3명이었다. 40대 중에서도 내가 최고령에 속했다"라며 "늦깎이지만 6개월 연수교육을 수석으로 수료해 고용노동부 장관상도 받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제일약품과 MSD, 엘러간 등에서 종합병원과 클리닉을 두루 경험한 김 노무사는 짧은 기간 내 지부장 자리에 오를 정도로 유능한 MR이었다. 전국 총괄책임자로까지 근무하던 그는 2015년 1월 과감히 제약업계를 떠났다.

새로운 길로 왜 '노무사'를 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외자사에서 일할 때 50대 초반 선배들이 다른 직업을 구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새로운 길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적성에도 맞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노무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교 때 법학을 전공했고,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보니 이쪽 분야에 항상 관심이 있었다"며 "노무사는 노동법 등 법학 외에도 경영학 시험을 보는데 제약사를 다니면서 배운 경영 지식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영업에서 노무사로 직업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그에게 있어 제약 분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도 많다. 아예 제약·의료계 전문 노무사를 타이틀로 삼았을 정도다.

MR 출신의 노무사가 바라본 제약업계는 어떨까. 그는 제약계가 다른 산업계에 비해 노무 관리에 더 취약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 관리를) 대기업은 상시자문을 받고 중견기업, 심지어 중소기업도 자문을 많이 받는다. 한 번 문제가 생기면 회사 유지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라며 "반면 제약업계는 여전히 노무 관리가 약하다. 여전히 '이제까지 별일 없었는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겠어?'라는 안이한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3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노사협의회가 없는 곳들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외자사가 더 허술한 면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경락 노무사는 "외국계 기업은 주로 외국인 사장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국내 노동법을 잘 알지 못해 관심이 떨어지고 사내 관련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수년 새 외국계 제약사에 노조 결성이 이어지면서 사측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커진 뒤에야 수습하는 땜질식 대책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노무관리 필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진단해 문제점을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도 문제가 터진 뒤에야 노무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뒷수습하는 방식"이라며 "노무사를 직접 채용하는 것도 공급이 많지 않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적 변화와 법 개정 등으로 직장 내 성희롱 혹은 갑질 발생 건수가 상당히 줄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제약사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정직되는 사례가 나오는 등 군대식 문화에서 상사니까 당연했던 것들이 많이 줄고 있다"며 "한국공인노무사회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전문 강사로 사내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는데 요즘은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늦깎이 노무사지만 오랜 사회 경험이란 큰 자산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노무사가 법리만 안다고 잘하는 직업은 아니고 사회생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지난 10년 이상의 회사 경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특히 제약이나 병원은 업계 특수성이 있어 제3자가 구조나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 보니 바로 문제점이나 필요한 부분을 조언해줄 수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유일무이한 제약·의료 전문 노무법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대상 노무법인 홍서원 선임 노무사, 김경락 대표 노무사, 김재현 선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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