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A씨 “펜벤다졸, 항암제로서 가장 이상적 구조 갖고 있어…정부 주도 임상시험 추진해야”
유튜브 구독자 ‘국민청원’ VS 의료계 ‘부작용 사례’ 경고…“임상적 근거 없고 안전성 확인 안 돼”

일부 암 환자들이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항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유튜버가 암 환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정부가 펜벤다졸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부추겨 파장이 예상된다.

유튜브에 ‘OOO내과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유튜버는 자신을 뉴욕대 화학과 박사 출신의 미국 내과 전문의로 소개했다.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그는 현재 뉴욕 퀸즈에 있는 ’E Medical Care(OOO종합내과)‘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펜벤다졸에 대한 개인 의견을 묻는 구독자들의 요청이 늘자 최근 이에 대한 개인 견해를 밝힌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 작용에 관한 미국의사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A씨는 이 동영상을 통해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이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네이처 논문에서 펜벤다졸의 항암작용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펜벤다졸은 미세소관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하지 못하도록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다제약제내성을 회피할 수 있는 분자적 성능에 이어 당대사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암세포들은 세 가지 융단폭격을 받게 돼 암세포 방어 작용하는 것을 피해갈 수 있다. 이 세 가지 작용 때문에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펜벤다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닌 개인적인 견해임을 거듭 강조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암 환자들이 펜벤다졸을 꼭 사용하고 싶다면 의료진과 반드시 상의 후 사용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A씨는 “암으로 3개월 밖에 못 산다고 하는데 펜벤다졸을 먹고 나았다고 하니 내가 암 환자라도 복용하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걸 허용할 의사는 없다. FDA에서 허용하지 않은 치료법을 의사가 권하면 불법이다. 암 전문의한테 가도 모두 안 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래도 이미 복용하고 있다면 주치의에게 솔직히 얘기하라. 또 기존 항암치료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며 “이미 (효과가) 밝혀진 항암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진행하면서 펜벤다졸도 먹어 보겠다고 주치의에게 알리라는 것”이라고 했다.

펜벤다졸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알벤다졸’이나 ‘메벤다졸’도 동일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A씨는 “사람들이 펜벤다졸을 찾는데 내가 보기에 메벤다졸이나 알벤다졸도 그 구조가 99%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이미 사람에게 복용이 허용된 메벤다졸이나 알벤다졸의 경우 펜벤다졸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펜벤다졸은 그 자체만 복용했을 때 인체 흡수될 가능성이 5% 밖에 안 된다.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장 내 만들어진 약으로 장내 흡수율 자체가 좋지 않다”며 “기름기 있는 성분과 같이 써야지만 담즙이 나와 몸에 흡수가 잘 되게끔 도와줄 수 있다”고도 했다.

A씨는 항암제로서 가능성이 있는 펜벤다졸에 대해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에 선뜻 나서지 않는 데는 펜벤다졸이 ‘상품으로서 이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펜벤다졸이 임상연구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암 환자들이 정부 주도의 임상시험을 통해 항암제를 만들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A씨는 “이런 좋은 장점을 가진 항암치료 물질을 왜 아무도 임상시험을 안 한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로 보면 상품으로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신약을 개발해 특허도 내고 비싸게 팔 수 있어야 하는데 특허도 걸 수 없는 약에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항암작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중맹검’을 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현재 펜벤다졸 복용 환자에 대한 독성 리포트를 하게하고 복용 여부에 따른 사망률 조사를 정부 주도로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A씨는 “공단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저렴한 항암제가 만들어지면 의료비 지출감소도 가능하다”며 “(정부가) 인기도 얻고 암에 걸려 절망적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국적인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 값싼 항암제가 만들어져 돈 없는 사람들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한 구독자로 추정되는 청원인이 ‘펜벤다졸 암 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을 정부차원에서 진행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청원의 골자는 임상시험을 통해 항암제로서 펜벤다졸의 효과가 입증되면 기존 항암제에 비해 저렴한 값으로 암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펜벤다졸에 대한 임상시험을 정부 주도로 진행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올라온 청원은 11일 기준 4,442명이 참여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청원인은 “펜벤다졸이 강아지구충제이고 임상실험이 암을 대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되고 수입마저 금지되는 현 상황에서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환자들에게 사용을 불허한 이유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비정한 자본 논리에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은 누구도 임상시험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암 치료제로 특허나 독점을 할 수 없는 일반 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원인은 “정부가 나서서 임상시험을 진행해 달라. 수많은 암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동참할 것”이라며 “자본의 이익과 상관없이 국민 건강과 행복을 위해 세금을 써 달라. 자본 논리에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걸 방치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한편, 의료계는 항암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일부 암 환자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펜벤다졸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지닌 알벤다졸과 메벤다졸 등 사람 구충제도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임상적 근거도 없고 안전성 확인되지 않은 펜벤다졸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은 펜벤다졸의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면서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며,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암 환자들이 구충제를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태원 조직위원장(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은 "단순히 펜벤다졸 복용이 위험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환자들에겐 닿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실제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학회는 이상 사례들을 모아 구충제 복용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상세히 알리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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