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제외한 수도권 병원들도 지원자 부족에 발동동…전문의 시험 이후 모집 기대도
신동호 회장 “본사업 시 불확실성 다소 해소…전공의와 입원전담전문의 간 접촉 늘려야”

전공의특별법 및 내과·외과의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으로 진료 공백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호스피탈리스트)가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여전히 지원자들이 부족해 제도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 때 발표한 전국 10개 국립대병원(분원 포함) ‘입원전담전문의 현황’에도 이러한 현실은 잘 나타나 있다.

(출처:이찬열 의원실)

이 의원에 따르면 전북대병원(강원대병원·부산대병원은 정해진 모집인원 없음)을 제외한 모든 국립대병원들이 지원자 미달로 당초 예상했던 입원전담전문의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경북대병원, 경상대병원, 제주대병원은 상시 채용 공고를 진행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없어 입원전담전문의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고 경북대병원은 같은 병원 일반 전문의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연봉(1억8,000만원)과 주간근무 조건에도 지원자가 없어 입원전담전문의를 모집하지 못했다.

경상대병원과 제주대병원 역시 공고에 최고 대우를 명시했음에도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한 병원들도 서울대병원를 제외하고는 24시간을 전담할 수 있는 최소인원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수가를 보전하려면 2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는데 2명 이상을 채용한 곳 역시 드물었다.

이러한 상황은 수도권에 위치한 사립대병원들도 마찬가지다.

빅 5중 하나인 S병원은 내과 펠로우의 정원과 지원 모두 전년보다 늘었지만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은 이에 턱없이 부족하다.

A대학병원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가 대만이나 일본은 활성화가 돼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큰 병원이 아니면 지원 자체가 없어 뽑기가 쉽지 않다. 또 빅5보다 작은 병원들은 호스피탈리스트에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교수도 “(내과 전공의 동시 배출로)펠로우 지원자가 많아 졌다. 과거에는 정원을 못 채운 분과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꽤 많이 지원을 했다”면서 “아쉬운 부분은 입원전담전문의 지원 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의 시험을 보고 나면 조정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대학병원 교수는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선 호스피탈리스트를 뽑아야 하는데 모집이 안 되고 있다”면서 “지원자 자체가 없어서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대한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 신동호 회장은 의사들이 입원전담전문의에 지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불안정성’을 꼽았다.

신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지원을 안 하는 이유는 ‘안정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등의 불안감이 가장 크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못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어 “졸업한 선배를 보면서 ‘내가 이 길을 선택하면 저렇게 가겠구나’라고 보여야 하는데 입원전담전문의는 아직 그런 롤모델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지원을 하려면 입원전담전문의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전공의들이 아직 그걸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덧붙여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를 데리고 언제까지 갈지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불확실성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회장은 “미국도 입원전담전문의가 자리를 잡는데 20여년 걸렸고 일본과 대만도 10년 남짓은 소요됐다”면서 “아직 우리는 그보다 시간이 훨씬 짧다. 내년 정도면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본사업으로 전환될 것 같은데 그러면 정책적인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병원들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계약직으로만 뽑다가 이제는 한두 곳씩 교원트랙으로 뽑기 시작했다”면서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병원에서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면 지원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아직 전공의들이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데 급급하다 보니 전공의가 입원전담전문의와 같이 일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경험해 볼 경험이 없지만 미국, 일본, 대만 등은 전공의 때부터 입원전담전문의를 만나고 수련을 받는다”면서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면 입원전담전문의를 가장 선호한다. 우리도 전공의들과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접촉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미국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우리는 전공의 없어도 병원이 무리 없이 굴러 간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휘청거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교육도 받고 환자를 보려면 보고 환자수를 크게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늘어나는 게 무조건 좋다’가 아니라 전공의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한 대안은 입원전담전문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여기에 최근 대한내과학회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내과학회 김영균 이사장은 “임기 내 주력사업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내과 입원전담전문의가 100여명 정도 되는데 3년 후에는 적어도 300명 이상은 되게끔 하겠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잘 정착되면 내과 지원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입원전담전문의가 있으면 환자 안전도 좋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좋아진다”면서 “적어도 상급종합병원의 이름을 달려면 입원전담전문의는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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