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김승업 교수, 환자의 치료 혜택 제한하는 국내 가이드라인 및 급여 기준 지적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이미 여러 선진국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렌비마 치료 실패 이후 2차 치료에 기존 치료제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놨다. 잘 디자인된 무작위대조임상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는 없지만 의료적 수요가 많고 리얼월드 데이터 등 어느 정도 객관적인 데이터가 인정되면 환자의 생존 개선을 위해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가이드라인이나 급여 기준은 이를 반영하지 않아 외국에 비해 국내 간암 환자들은 치료 기회가 제한된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 교수는 지난 16일 에자이가 진행한 미디어 세션에서 국내 간암 치료 가이드라인 및 급여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같이 밝혔다.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는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이후 10년 만에 허가된 치료제로,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1년 만에 급여 적용돼 국내 간암 치료 선택지를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렌비마'를 간암 1차 치료에 사용해 실패할 경우 2차 치료에 쓸 수 있는 허가된 치료옵션이 없으며 급여 혜택도 받을 수 없어, 실제 임상에서 쓰임이 확대되기에는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 교수

김승업 교수는 "간암은 특유의 이질성(Heterogeneity)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암종이고, 특히 서양인에 비해 국내 환자들은 예후가 좋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 많은 상황"이라며 "렌비마는 이렇듯 어려운 간암 치료 분야에 넥사바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1차 치료옵션으로 국내 간 전문의와 환자들에 환영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급여까지 적용돼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업 교수는 "넥사바가 간암의 생존기간을 연장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손발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일정 부분 있어 왔다"며 "렌비마는부작용 면에서 넥사바 대비 굉장한 혜택을 보인 치료제로, 부작용으로 인해 넥사바 치료를 중단한 환자에서 렌비마 사용시 환자들의 반응과 치료유지 효과가 개선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승업 교수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달리 국내에는 '렌비마' 치료 실패 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승업 교수에 따르면,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렌비마' 치료 이후 2차 치료에 '넥사바' 사용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렌비마' 1차 치료가 가장 먼저 시작된 일본 역시 주치의 판단하에 2차 치료에 '넥사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주는 2차 치료에 '넥사바'뿐 아니라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의 사용도 허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역시 2차 치료에 여러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업 교수는 "물론 렌비마 치료 후 2차 치료에 대해 잘 디자인된 RCT는 없지만 외국은 의료적 수요가 많고 어느 정도 임상에서 객관적 데이터가 인정되면 가이드라인에서 인정하고 있다"며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인정하고 여러 객관적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렌비마 이후 2차 치료옵션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렌비마가 반응률에 있어 넥사바 대비 큰 개선을 보였으며,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예후가 좋다는 면에서 환자의 생존 개선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간세포암 환자 1차 치료에 렌비마와 넥사바를 비교 평가한 3상 임상 REFLECT 연구에서 '렌비마' 치료군의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24.1%, '넥사바' 치료군은 9.2%로 나타나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유창훈 교수는 "객관적반응률은 영상학적으로 종양 크기가 30% 이상 축소된 환자의 비율로, 30% 이하의 축소를 보인 환자까지 합하면 더 많다고 봐야 한다"며 "환자에 따라 통증이나 혈관이 막히는 등 종양 크기를 줄여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렌비마는 이들 환자에서 유용한 치료옵션"이라고 말했다.

또 유창훈 교수는 "종양이 30% 이상 줄어들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는 반응률이 환자의 치료 예후를 예측할 수 인자이며, 반응률에 있어 큰 개선을 보인 렌비마가 환자의 생존기간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유창훈 교수는 "다만 렌비마 이후 2차 약제 사용시 그 약제들의 효과가 넥사바 이후 사용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렌비마의 등장은 넥사바 이외에 선택지가 없었던 간암 치료 분야에, 환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