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전문의들, 의료기간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지원 필요 한목소리

종합병원과 요양병원간 환자 전원 과정에 다제내성균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다제내성균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2015년 12월 기준으로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아시네토박터균의 카바페넴 내성률은 종합병원 경우 83.4%, 의원급 의료기관은 56.4%, 요양병원은 82.4%로 중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카바페넴 내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특히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일차적으로 발생한 다제내성균이 요양병원으로 환자가 전원되는 과정에서 확산되고, 항생제 사용이 제한적인 요양병원에서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들이 대학병원 일반병실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교수는 "집계되지 않은 잠재적인 다제내성균 보균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이미 각 병원에 다제내성균이 정착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를 포함해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배현주(한양의대 감염내과), 최원석(고대의대 감염내과), 엄중식(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은 "다제내성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운영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란, 항생제 사용 시 효과는 유지하고 원하지 않는 내성 유도를 줄이는 전략 및 수행체계를 말한다. 즉, 배양검사 결과에 근거한 항생제 선택부터 올바른 용량·용법 전략을 통해 환자에 치료효과는 유지하면서 항생제 사용은 줄이는 방법이다.

배현주 교수는 "정부가 문재인케어로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불필요한 치료 및 검사를 우선 급여화하며 생명과 직결된 항생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면서 "항생제 급여 확대와 함께 오남용 방지를 위한 항생제 스튜어드십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가 전적으로 의사와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골수이식, 간이식 등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놓고도, 현장에 항생제가 없어 카페베넴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조속히 비용을 투입해 새로운 항생제를 급여 도입하고,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운영 비용을 지원해 적정한 항생제 사용 환경을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원석 교수는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2017년 발표된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시행해 다양한 항생제를 균형있게 사용한 결과 내성이 실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항생제 스튜어드십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보험인정 기준에 항생제 관리 체계인 스튜어드십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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