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에 경증환자 페널티 포함…고시된 외래 경증질환 100개 대상

보건복지부가 경증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과 진료 시 상급종합병원부터 찾는 경증환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자 ‘경증질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복지부가 이번 단기대책 발표에서 규정한 '외래 경증질환' 범위는 ‘약국 요양급여비용총액의 본인부담률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된 100개 질환이다.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환자들에게 약제비를 더 부담토록 한 제도로, 지난 2011년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됐다.

100개 질환에 해당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처방전으로 약을 구입하면 50%, 종합병원 발행 처방전으로 구입하면 40%, 병원 의원에서 발생한 처방전으로 구입하면 30%의 분인부담률이 적용된다.

당초 52개였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적용 질환은 지난 2018년 11월부터 100개로 확대된 바 있다.

복지부는 이 100개 질환에 해당하는 환자가 의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 의뢰 없이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바로 이용할 경우 현재 60%인 진료비 본인부담률도 인상하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100개 질환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본지가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가 적용되는 100개 질환명을 확인한 결과, 우선 피부질환과 관련해서는 ▲손발톱백선 ▲손발백선 ▲사타구니백선증 ▲아토피성 피부염 ▲금속·접착제·화장품에 의한 알러지성 접촉피부염 등이 포함돼 있다.

만성질환의 대표격인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당뇨병 ▲악성이 아닌 고혈압도 포함돼 있다.

안과계 질환으로는 ▲콩다래끼 ▲눈물계통 장애 ▲결막염 ▲노년백내장 ▲굴절 및 조절의 장애 등이 있다.

이비인후과계에서는 ▲외이 농양 ▲외이 연조직염 ▲감염성 외이도염 ▲비감염성 외이도염 ▲급성 비인두염 ▲급성 부비동염 ▲급성 인두염 ▲급성 편도염 등이 있으며 ▲다발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급성 상기도감염 ▲폐렴마이코플라즈마에 의한 급성 기관지염 ▲인플루엔자균에 의한 급성 기관지염 ▲혼합형 천식 등도 경증질환에 포함된다.

소화기계통에서는 ▲출혈 또는 천공이 없는 급성·만성 위궤양, 급성·만성 소화성 궤양 ▲위염 ▲십이지장염 ▲기능성 소화불량 등이 있다.

대장 쪽 질환으로는 ▲과민대장증후군 ▲변비 ▲기능성 설사 ▲항문연축 ▲기능성 장장애 등이 포함됐으며, 간과 관련해서는 ▲달리 분류되지 않은 지방(변화성)간 ▲상세불명의 간질환도 경증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관절·척추 등 정형외과 관련 질환에서는 ▲기타 관절염 ▲기타 척추증 ▲기타 경추간판변성 ▲상세불명의 경추간판장애 ▲요통 ▲흉추통증 ▲방아쇠손가락 ▲어깨의 유착성 관절낭염 등이 경증질환이다.

신경계에서는 ▲상세불명의 신경통 및 신경염 ▲사지의 통증 ▲연조직장애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 경증질환 중에는 상병명만 봤을 때 중증질환처럼 보이는 질병도 꽤 포함돼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 정신과질환도 많은 질환이 경증질환에 포함돼 있고 수도 적지 않았다.

정신과질환의 경우 ▲경도 우울에피소드 ▲중증도 우울에피소드 ▲재발성 우울장애 ▲사회공포증 ▲공포성 불안장애 ▲현저한 강박행위 ▲급성 스트레스반응 ▲해리기억상실 ▲트랜스와 빙의증 ▲건강염려증 장애 ▲신체형자율신경기능장애 등이 경증질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경증과 중증을 단순히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적지않아 자칫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복지부는) 의원이 주로 보는 상병 100가지를 소위 경증질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내분비내과 영역을 보더라도 당뇨병,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은 경증질환에 해당하지만 흥미롭게도 감상선질환은 경증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천식도 상병코드로는 구분할 수 없는 경증질환이지만 그 가운데는 도저히 동네의원에서 볼 수 없는 중증천식이 있다”며 “질환별로 이런 디테일을 조정하지 않으면 의료전달체계를 한다면서 난장판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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