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총 규모 늘었지만 세부 조건은 불리하게 변경…'SAL200' 판단 바뀌었나

인트론바이오가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슈퍼박테리아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SAL200'의 계약 조건이 변경됐다. 계약 규모는 커졌지만, 단계별 마일스톤 수령 조건을 살펴보면 인트론바이오에 실제로는 불리하게 바뀌어 오히려 악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 28일 파마반트1(현 LYSOVANT SCIENCES)과의 기술수출 계약 조건이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파마반트1은 스위스 제약사 로이반트가 세운 신약개발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11월 맺은 계약에 따르면, 인트론바이오는 선급금 1,000만 달러를 계약 체결 후 10일 이내 수령하고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총 6억5,750만 달러를 파마반트1으로부터 받기로 했다. 여기엔 미국 2상 임상시험 첫 환자 투여 시 수령할 3,000만 달러가 포함된다. 선급금 및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 금액은 6억6,750만 달러(약 8,1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2상 첫 환자 투여 시 수령할 3,000만 달러가 매출 마일스톤으로 변경됐다. 대신 매출 발생 시 마일스톤 3억2,500만 달러를 추가 지급기로 하면서 총 계약 금액은 9억9,35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늘었다.

지난 28일 인트로바이오 계약 변경 공시 (자료:DART)

인트론바이오로서는 2상 단계에서 받을 수 있었던 360억원대 금액을 계약 조건 변경으로 개발이 완료돼 허가를 받고 시판까지 되어야 비로소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늘어난 3억2,500만 달러 역시 매출이 발생해야 추가로 받게 되는 금액이다.

현재 인트론바이오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의한 균혈증(혈액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SAL200 국내 2a상 및 반복투여 1b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2상은 올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인트론바이오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쯤 360억원을 수령할 수 있다. 실제 인트론바이오는 올해 초 이뤄진 IR에서 올해 하반기 마일스톤 금액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계약 조건 변경으로 해당 마일스톤 수령 시점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360억원은 인트론바이오의 지난해 연 매출 20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선급금을 통해 인트론바이오는 2년 연속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만약 올해 추가 마일스톤을 받지 못한다면 다시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즉, 계약 규모가 늘어 언뜻 호재로 비치지만 세부 조건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론 악재에 가까운 것이다.

조건이 바뀐 배경을 두고 임상이 진행되면서 해당 물질의 개발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바뀐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있는 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초기 단계인 2상에서 마일스톤을 준다는 것은 해당 물질에 대한 가능성을 꽤 높게 보는 것인데, 그걸 매출 마일스톤으로 변경했다면 해당 물질의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며 "현재 (미국) 2상도 돌입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매출 마일스톤을 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출 마일스톤은 허가 이후의 일이라 일반적으로 로열티 개념으로 별도로 생각하고 계약 규모에도 포함하지 않는다"라며 "이러한 조건 변경은 기술을 사간 회사 입장에는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더는 기회가 된 반면, 기술을 판 개발사로서는 미리 받을 수 있었던 것을 매출이 발생한 이후에야 받게 된 것이니 좋지 않은 신호"라고 했다.

SAL200은 항생제 내성으로 기존 항생제로는 효과를 보기 힘든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는 항생제다.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기존의 합성항생제와 달리 SAL200은 박테리아를 직접 파괴하는 새로운 기전을 지닌 차세대 항생제로 알려졌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기전의 항생제인 데다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으로 SAL200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 그러나 다른 질환보다 개발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항생제 분야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로이반트가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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