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터 허가취소까지 다사다난했던 20년 개발사…코오롱, 가처분신청 및 행정소송 제기 방침

20년 넘게 공들여 개발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허가 2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사라진다. 29호 국산 신약이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의 화려한 타이틀이 무색한 불명예 퇴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자로 인보사에 대한 제조 및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8일 허가취소를 예고한 이후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 3일 "인보사가 2액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신장유래세포(GP2-293, 이하 293세포)여서 안전성 및 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293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사실이 있어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특히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 오류 문제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고 회사를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즉시 품목허가 취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보사케이주

1994년 '꿈의 신약' 기대 한 몸…연골재생 효능 논란도

인보사는 인하대학교 정형외과 이관희 교수가 코오롱 중앙기술원과 1994년부터 공동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다지증 환자에게서 절단한 여섯 번째 손가락에서 관절, 연골 세포를 채취해 치료제로 만들면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낸 이 교수를 고등학교 동창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적극 지원하면서 공동 연구가 시작됐다.

공동연구팀이 인보사 초기 물질 개발에 성공하면서 1999년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위한 바이오 벤처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 세워졌다. 이어 인보사의 아시아 시장 판매를 맡을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도 연달아 설립됐다.

미국 및 국내 임상이 이어지면서 인보사 개발은 순항하는 듯했다. 개발만 되면 골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꿈의 신약'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인보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인보사가 식약처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2017년 무렵이다. 당초 시장이 주목한 무릎 연골 재생에 대한 효능은 입증하지 못한 채 무릎 통증 개선 등만 입증한 '반쪽짜리 허가' 논란이 일면서다. 유전자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고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효과(DMOAD)는 없는 '비싼 진통제'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반면 회사는 미국 3상에서 DMOAD를 증명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신약 탄생의 기대감으로 미국 법인인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은 흥행했다.

그러나 티슈진 상장 한 달 후 코오롱생명과학이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면서 또 한 번 잡음이 일었다. 미쓰비시는 "티슈진이 미국 3상을 위한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3상 시료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은 후 임상을 개시해야 한다는 '임상 보류 통지'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게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쓰비시와의 소송은 결과적으로 코오롱의 지난 행각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쓰비시와의 소송을 통해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국내 허가 전인 2017년 3월 위탁생산업체 론자로부터 2액 주성분이 293세포였다는 유전학적 계통 분석(STR) 검사 결과를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또한 국내 허가 다음날에도 미쓰비시가 인보사 성분의 상세 자료를 요구하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티슈진으로부터 STR 결과를 넘겨받았고, 이를 미쓰비시에게 건네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국내 판매에 집중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판매를 개시한 지 1년 6개월 만에 3,400건의 시술이 이뤄졌다. 임상시험까지 포함해 현재까지 인보사 투여 건수는 3,707건에 달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액 성분이 293세포라는 사실을 인지한 건 2월 말로, 회사는 STR검사를 의뢰한 후 3월 22일 식약처에 처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3월 31일 인보사 국내 유통이 잠정 중단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금까지 STR검사를 실시한 적이 없어 몰랐다고 주장해왔지만, 2017년 STR검사 결과를 이미 통지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짓 주장을 한 셈이 됐다. 게다가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 현지 실사 등 자체 조사를 통해 회사가 인보사 허가를 받기 위해 자료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있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했다.

오는 9일자로 인보사 국내 허가취소가 최종 확정됨으로써 인보사는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게 됐다. 식약처의 취소 처분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5월 28일 식약처의 조사 결과 발표날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회사는 허가취소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및 미국 3상 재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5월 3일 공시에 따르면 FDA는 3상 재개의 조건으로 ▲임상 시험용 의약품의 구성성분에 대한 특성분석 ▲구성 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사항 등을 포함하는 보고서를 요구했다. 이 외에도 ▲종양원성 여부 판단에 사용한 방법론 ▲종양관련 임상데이터 ▲임상참여 환자들에 대한 투여정보 ▲장기추적 계획 ▲미국 임상기관 및 환자 통지문 제출을 권고했다.

코오롱티슈진은 당초 6월 말까지 소명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FDA 휴가철 등을 고려해 8월 중순쯤 자료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2일 전문지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구체적인 날짜를 보고 있으나 국내 이슈가 있고 혁신신약이라는 점에서 FDA가 한 번에 재개를 승인하진 않을 것 같고 한 번 이상 보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식약처의 허가취소 처분에 대해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 허가취소 발표가 난 3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허가 자료에 대한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며 "식약처의 취소 처분이 과연 적법한지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인보사를 둘러싼 각종 법정 다툼이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검찰은 식약처 및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인보사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서울사무소, 식약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보사 환자들과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주주들, 보험사들의 민사 소송도 예정돼 있다. 이들의 소송 액수는 각각 수백억대에 달하며, 추가 소송도 예정돼 있어 손해배상 청구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 개발부터 허가취소까지

<1994년>
▲이관희 인하대 교수, 코오롱 중앙기술원과 인보사 개발 시작

<1999년>
▲6월9일 미국 메릴랜드 주에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 설립

<2000년>
▲4월21일 한국에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 설립

<2006년>
▲7월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 인보사 1상 임상시험 승인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 인보사 국내 1상 승인

<2009년>
▲2월 식약청, 인보사 국내 2a상 승인

<2010년>
▲12월 미국 FDA, 인보사 2상 승인
▲12월 식약청, 인보사 국내 2b상 승인

<2012년>
▲4월 식약청, 인보사 주사투여방식 추가 국내 2상 승인

<2013년>
▲8월 식약처, 인보사 국내 3상 승인

<2015년>
▲5월 미국 FDA 인보사 3상 승인

<2016년>

▲7월 8일 코오롱생명과학,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보사 품목허가 신청
▲11월 1일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인보사 5000억 규모 기술수출 계약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 론자로부터 인보사 성분 변경(293세포) 표기된 STR검사 수령
▲7월12일 식약처,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11월6일 코오롱티슈진 코스닥 상장, 인보사 국내 출시
▲12월 19일 미쓰비시다나베제약, 코오롱생명과학에 기술수출 계약 취소 및 계약금 반환 요청

<2018년>
▲5월 30일 인보사 시술 건수 1000건 돌파
▲7월 미국 FDA, 임상시료 사용허가(CMC 승인)로 3상 돌입
▲11월 19일 먼디파마제약과 인보사 일본 기술수출 계약
▲11월28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직 사임

<2019년>
▲3월 22일 코오롱생명과학, 식약처에 인보사 2액 세포 변경 가능성 보고
▲3월 29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미국 제품에 대한 STR검사에서 2액 성분 293세포 확인
▲3월 31일 식약처, 인보사 제조·판매 중지

▲4월 15일 식약처, 국내 제품 STR검사에서 2액 성분 293세포 확인
▲4월30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식약처·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노문종 코오롱티슈진 고발

▲5월 3일 코오롱티슈진, 미국 FDA 임상시험 중지 통지서 수령
▲5월 3일 코오롱생명과학, 2017년 3월 인보사 성분 바뀌었다는 사실 론자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공시
▲5월 15일 한영회계법인,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재무제표 재감사 수행
▲5월 20일 식약처, 미국 코오롱티슈진·의약품 제조용 세포주 제조 '우시'·세포은행 보관소 '피셔' 등 현지 실사
▲5월 28일 식약처, 인보사 허가취소 및 형사고발 계획 발표
▲5월 28일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 사유 발생

▲6월 3일 검찰, 코오롱생명과학 및 코오롱티슈진 서울사무소 압수수색
▲6월 4일 검찰, 식약처 압수수색
▲6월 5일 이의경 식약처장, 인보사 사태 공식 사과
▲6월 5일 이우석 대표, 코오롱티슈진 대표이사직 사임
▲6월18일 식약처, 인보사 허가취소 절차로 청문회 실시
▲6월19일 거래소, 코오롱티슈진 상폐 대상 여부 심사 기간 연장

▲6월 27일 시민단체연합, 의료계·법조계·환자 등 모인 범 시민대책위원회 발족

▲7월 3일 식약처, 9일자로 인보사 허가 취소 발표
▲7월 3일 코오롱생명과학, 식약처 행정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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