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학적인 자살예방 대책 나선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

우리나라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리투아니아(26.7명)에 비해 두 번째로 높은 자살률(25.8명)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2,463명으로 2016년 대비 4.8%(629명) 감소했다.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11년과 비교해 21.6%(3,443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자 수가 줄어든 데는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추진하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관리사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보면 자살자 관련 사후관리 접촉횟수가 늘수록 자살시도자의 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생각, 우울감 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 접촉이 4회까지 진행된 자살시도자 총 1만2,045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사후관리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생각 및 계획 ▲알코올 사용문제 ▲식사 및 수면문제 ▲우울감 등이 감소하는 등 다양한 항목에서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 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관리사업은 병원 내 응급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사례관리팀으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조직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해 응급실을 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응급치료, 상담 및 심리치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자살시도자 퇴원 후 전화 및 방문을 통한 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정신건강 및 복지서비스 등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계해 자살 재 시도를 막는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업의 효과는 분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연속성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을 만나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관리사업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비롯해 향후 자살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

-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효과는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들었다.

자살시도자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여러 차례 시도를 반복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발견해 지원해야 한다. 지난 2011년 제정된 자살예방법 3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자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국가와 지자체에 구조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한다. 위기 상태에 놓이게 되면 나를 아무도 도울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복지부에서도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응급치료와 상담,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자살시도자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응급실을 기반으로 사례관리자를 배치하고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을 통해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시작해 10년 정도 운영하고 있지만 큰 문제는 응급실에 배치된 인력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사업 자체가 연속성을 갖고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부에서도 응급실에 2~3명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계약직으로 인력을 꾸려나가야 하는 형편이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임에도 연속성을 갖고 근무하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에 있다. 일본의 경우 의료보험 수가에 반영해 사례관리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산하려고 한다. 복지부에서도 지정정신응급실을 설치하면서 사례관리자를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가에 반영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충분한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 하고 있다.

- 정부도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선포하고 자살예방을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앙부처의 자살예방정책과가 지난 2018년 신설됐는데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도 생기고 자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예방을 포함시켜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팀이 사례관리대상자의 예후결과를 통계청 자료로 분석한 결과, 서비스를 받은 자살시도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0% 정도 자살시도를 줄일 수 있었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은 송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근거가 돼 증명된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오래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뉴욕 주에서 진행하는 제로 수어사이드(Zero Suicide)라는 워크숍이 있다. 이 워크숍을 시립병원을 대상으로 의무화하도록 한 교육을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워크숍에는 정신과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들 혹은 자살시도자들은 정신과적인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에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의료현장 곳곳에 있다. 실제 자살사망자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3개월 내 정신과에 방문한 사람보다 타과 진료를 받던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저수가 환경에서 자살예방에 대한 선별이나 의료연계로 이어지기까지 어렵다는 것은 안다. 이에 대한 정부 정책도 마련돼야 하겠지만 의료현장에서 생명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자살예방 노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자살예방센터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자살예방에 있어서 핵심은 지자체다. 중앙부처와 복지부 등이 나서서 전국단위 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결국 대상자와 접촉하는 실무는 지자체 시·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일본이 지난 10년 간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법은 지자체의 노력이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지자체 단체장이 자살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위기에 처한 주민들에게 자살예방을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부처 간 협력이 용이해진다.

더욱이 지자체 자살의 경우 지역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인 대책이 지자체 마다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센터에서는 올해 9월 발표될 2018년도 데이터부터는 각 시·군구를 분석해 근거기반의 자살예방대책을 세우는데 지원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과학적인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지자체가 책임을 갖고 자살예방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