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규정까지 개정하며 지난해 3월 최고수위 징계…김현철 원장과 소송중
복지부에 전문의 자격취소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의협 윤리위도 결론 못내려

김현철 원장의 환자 성폭행 논란을 지켜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미 1년 전 김 원장(공감과성장김현철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제명하고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에 처분을 요청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28일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라는 제목으로 김 원장이 자신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루밍(Grooming, 성적 길들이기)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김 원장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여자가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며 오히려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MBC 'PD수첩'과 인터뷰에서 환자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김현철 공감과성장김현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PD수첩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김 원장은 이같은 논란으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 신경정신의학회로부터 제명당한 바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김 원장이 자신의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파악하고 윤리위원회 규정까지 개정해 그를 제명했다. 회원 제명은 신경정신의학회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징계로, 김 원장에게 처음 적용됐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해 3월 24일 정기대의원회를 열고 김 원장 제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며 의협과 복지부에 조사 내용을 제출하고 처분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김 원장은 여전히 정신과 전문의로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그를 제명했지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의협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의사 회원 자격정지 3년과 행정처분 의뢰가 최고 수위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복지부에 윤리위 조사 내용을 전달하면서 김 원장의 전문의 자격이라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1년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임기영 윤리이사(아주대병원 정신과)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윤리위 규정을 개정해 최고 수위 징계를 제명으로 올렸고 최초로 김 원장에게 적용했다. 하지만 학회 회원 제명일 뿐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그래서 복지부에 의사면허 취소는 아니더라도 전문의 자격 취소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나쁜 짓을 하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의사들은 의사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권한이 학회나 의협에 없다”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것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서 의협이 복지부에 요청할 수 있는 최고 수위 행정처분은 의사면허 정지 1년 이하다. 그 수준으로 밖에 건의를 못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김 원장은 신경정신의학회가 내린 ‘제명’이라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임 이사는 “징계를 내린 절차가 부당하다고 김 원장이 소송을 제기해 현재 학회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며 “학회가 지적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 일이 생기다보니 의협 윤리위나 학회 윤리위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권 이사장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학회 회원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지만 의사면허를 주는 건 복지부”라며 “의협이나 복지부에 김 원장에 대한 학회 윤리위 조사 내용을 전달하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이사장은 “그 사이 김 원장은 환자를 계속 진료했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겼을 수도 있다”며 “정신과 의사는 진료시간이든 아니든 환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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