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사회 “의료관계인 협력‧신뢰 해쳐…경제 논리로 접근해선 안돼”
재활의학회 “의료법·의료기사법 체계 뒤흔들 가능성 있어…불필요한 입법‧행정 낭비”

물리치료사 단독법안이 발의되자 지역의사회를 비롯 개원가와 관련 학회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광역시의사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의료서비스는 어느 특정 개별 주체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의사회는 의료관계인들의 협력과 신뢰를 해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법’ 분리 제정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의사회는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를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 하에 수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물리치료업무’라고 규정한 제정안 제3조를 문제 삼았다.

물리치료를 의사의 처방에 의해 별도로 분리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것.

대전시의사회는 “진료과정은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듯이 단순하고 정형화된 과정이 아니다”라며 “환자를 무한 책임지고 있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찾기 위해 경과를 지켜보는 게 중요한 진료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이어 “물리치료 등 의료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전해야 의료서비스도 향상된다는 생각에는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낸다”면서 “하지만 의료관계법이 여러 영역을 아우르기 때문에 각 개별 영역이 발전할 수 없다는 논리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진료 과정을 별개로 분리할 수 있는데도 의사가 독식하는 것처럼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의사들은 참담함과 답답함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환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의사회는 “의료서비스는 어느 특정 개별 주체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 건강을 무한 책임지고 있다는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모든 의료관계인들의 협력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의료관계인들의 협력과 신뢰 반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법 단독 제정은 절대적으로 불가하다”고 피력했다.

대한재활의학회와 13개 유관학회도 성명을 통해 물리치료사 단독 법안 발의에 대해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학회들은 먼저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조의2에서 의료기사에 대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醫化學的)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된 부분이 발의 법안에 ‘한의사’가 추가되고 ‘지도’가 ‘처방’으로 변경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학회들은 “의사의 ‘지도’하에 의료기사의 업무를 수행토록 한 현행법의 취지는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방지 및 응급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으로 국민건강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발의 법안에서는 ‘지도’가 삭제돼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학회들은 또 발의된 법안이 그간 물리치료와 관련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학회들은 “발의된 법안에는 ‘한의사의 처방’ 항목이 추가돼 있는데, 이는 한의사가 물리치료사의 조력을 통해 환자들에게 한방물리치료를 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나 헌법재판소 결정과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의된 법안에는 ‘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요법적 재활요양’이 업무 내용에 포함돼 있는데 이는 기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규정되지 않은 범위”라면서 “이는 ‘물리치료사의 업무는 의사의 진료행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서 그 업무가 의사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거나 검사해도 될 만큼 국민의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적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발의된 법안에 ‘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요법적 재활요양’에 대한 비용추계가 돼있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추가 재활요양비를 발생시킬 수 있어 국민경제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학회들은 “의료인 및 의료기사 등이 각 직역별로 독립적인 법률을 제정해 개별법에 해당 직역의 업무범위나 권한 등을 규정한다면 직역 간 업무범위가 법제상으로 상호충돌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입법 및 행정 낭비는 물론,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의료법 및 의료기사법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에 우리 학회들은 물리치료사 단독 법안 제정 시도를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물리치료사 단독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정 문제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개협은 “일본에서도 접골사 및 유도정복술 시술자에 대한 독립적 치료 권한을 부여했다가 의료비가 폭등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던 역사가 있다”면서 “물리치료사 단독법을 추진하기 이전에 일본의 접골사 사례를 먼저 분석해보고, 이에 따른 부작용 사례를 먼저 조사해 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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