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환자나 재정 쏠림 현상 우려 있다”vs 병협 “진료비 상승 있지만 투자비용 고려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진행되는 2020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이 출발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특히 올해 협상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원급에 지출된 건강보험 진료비가 늘었어도 경영 수지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공단은 환자 쏠림 완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전은 지난 9일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진행된 양측 수가협상단 상견례 자리에서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은 지난 9일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과 차례로 상견례를 가졌다.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회의 시작 전 이례적으로 인사말을 하며 환자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그리고 ‘과학적인 대안 제시’를 기반으로 한 수가 협상을 강조했다.

강 이사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새롭게 급여화된 항목 대부분이 병원급 이상에서 이뤄졌고 이로 인해 환자 쏠림이나 건강보험 재정 쏠림 현상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과 국회의 우려가 있다”며 “이를 완화하거나 최소한 가중시키지 않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도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상호 파트너십을 갖고 원만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근거중심의 과학적 대안을 제시하는 협상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며 “공단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공단 수가협상단과 상견례를 마친 뒤 향후 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병협은 환자 쏠림이 경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보장성 강화에 따라 환자나 건강보험 재정 쏠림 문제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원인과 실질적인 내부 재정 구조까지 고려되는 수가 협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병원계도 보장성 강화로 외형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급여 부분이 급여화되면서 건강보험 진료비가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메르스 이후 환자안전 등에 투자가 많이 된 부분이 있다.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송 부회장은 상견례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공급자로서 수지가 맞아야 재투자를 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부분에 대해서는 상호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협 “보장성 강화 혜택 0원, 한의원·한방병원 많이 어렵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과에 집중돼 한의과는 혜택을 보지 못했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한의협 수가협상단장인 김경호 보험부회장은 이날 공단 수가협상단과 상견례를 마치고 나와 “한방병원과 한의원이 많이 어렵다.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니라 수진자 수가 줄었다”며 “제도적인 탓이 좀 큰데,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보장성 강화로 (진료비가) 증가한 게 0원”이라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인 김경호 보험부회장은 공단 수가협상단과 상견례를 마친 뒤 이번 수가협상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한의과는) 보장성 강화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다른 직역은 보장성 강화가 많이 이뤄졌다. 문재인 케어 때문에 2017년과 2018년은 더 많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추나요법은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김 부회장은 이어 한의계의 경영 상태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 부회장은 “수가 협상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더라도 그 내용은 날이 설 것 같다”며 “실제로 (한의원과 한방병원) 경영이 굉장히 어렵다. 의원과 한의원 간 경영 수지 차이가 3배 정도 날만큼 어려워 (이번 수가 협상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최저임금 인상분도 있지만 고용 형태가 변했다. 주 52시간 근무에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한의원이 느끼는 경영 압박이 크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현행 수가협상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추가소요재정(벤드)를 정하고 공단이 수가협상을 하는 구조가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수가 협상 결렬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가면 페널티를 준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SGR(Sustainable Growth Rate)을 연구해서 줄세우면 되지 협상은 왜 하느냐. 충실한 협상이 이뤄지려면 재정운영위가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병협은 오는 20일 1차 협상을, 22일 2차 협상을 진행하며 한의협은 22일 1차, 29일 2차 협상을 갖는다. 특히 오는 22일로 예정된 수가 협상은 강원도 원주 공단 본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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