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 치료에 와파린 시대는 저물고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항응고제(Non-vitamin K oral anticoagulant, 이하 NOAC)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NOAC 사용 환자에서 치명적인 응급 출혈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역전제는 직접트롬빈억제제(direct thrombin inhibitor)인 '프라닥사'만이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응고인자 Xa 억제제들의 역전제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NOAC의 종류는 직접트롬빈억제제인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와 응고인자 Xa 억제제인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 및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가 있다.

대한부정맥학회는 작년 심방세동 치료지침 통해 "NOAC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비타민K길항제를 대체하기에 적절하며, NOAC의 금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와파린보다는 NOAC가 우선적으로 권장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처방 패러다임은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2018년 국내 NOAC 처방액 규모가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들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드물지만 심각한 출혈이 발생하거나 수술과 같은 응급 상황 시 조절할 수 없는 출혈로 자칫 생명을 위협 받을 수 있어, NOAC 처방 증가는 곧 NOAC 사용에 의한 응급 출혈 부작용 위험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

출시된 지 3년 가까이 된 프라닥사의 역전제 '프락스바인드'가 올 2월에 들어서야 급여권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NOAC의 사용이 일반화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프라닥사의 역전제 '프락스바인드(성분명 이다루시주맙)'는 2015년 9월 미 FDA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으며, 이후 2017년 3상 임상인 RE-VERSE AD 연구의 최종 결과를 통해 2018년 4월에 완전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서 프락스바인드가 신속심사를 통해 조건부 허가를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프라닥사 사용 환자의 응급 상황에 대한 역전제 필요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미 FDA는 작년 5월 포톨라(Portola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안덱사네트 알파(미국상품명 안덱사)'를 조건부 허가했다.

안덱사네트 알파는 엘리퀴스, 릭시아나, 자렐토와 같은 응고인자 Xa 억제제의 항응고 효과를 역전시키는 치료제다. 프라닥사 외 나머지 NOAC에 대한 역전제가 개발된 것이다.

이에 최근 유럽에서도 '안덱사네트 알파(유럽상품명 온덱스지아)'에 대한 허가가 가시화됐다.

지난 1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안덱사네트 알파'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권고한 것이다. CHMP 허가 권고에 따라 안덱사네트 알파의 유럽 내 허가 여부는 5월 초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역시 NOAC 처방 확대에 따라 1차-3차 의료기관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NOAC이 와파린보다 우선 권고됨에 따라 1차 의료기관에서의 NOAC 처방 확대가 예상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본격적으로 NOAC 처방이 확대되기 이전에 아직 구비되지 못한 응고인자 Xa 억제제의 역전제에 도입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현재 국내에서 대부분의 NOAC 처방이 엘리퀴스, 릭시아나, 자렐토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에 의한 응급 출혈 위험 대비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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