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현 임상시험산업본부 이사장 "데이터 공유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정보 데이터를 파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22일 전북대병원에서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회장 전상훈)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지동현 이사장은 ‘데이터 주도로 변화하는 임상연구(Transformation of Clinical Trials through Data-driven Approaches)'란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지동현 이사장은 이날 세계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 트렌드, 주요 국가 정부 임상시험 관련 정책 등에 대해 소개하며 국내 임상시험 시스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먼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이 급진적으로 변하면서 임상시험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가 많아지고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실패에 대한 고민은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의사, 정부 또한 마찬가지인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혁신적 임상시험 디자인 개발은 물론, 임상시험 데이터 표준화와 바이오 정보 활용을 위한 준비를 정부와 학계, 산업계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동현 이사장은 “미국과 유럽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임상시험 지원 프로세스를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구성했는데, 이 안에는 산업계도 포함시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임상시험을 위한 각계 네트워크구성 등이 이들 만큼 이뤄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임상시험 새로운 트렌드는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며, 데이터 공유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묻고 싶은 건, (한국의 연구자들이) 데이터 공유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다. 데이터를 더 많이 갖고자 하는 ‘헝그리’가 있어야 협업이 이뤄진다. 자기의 데이터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협력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국내 환자나 의사들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는 풍토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지 이사장은 “국내 일부 병원과 연구자들은 환자 의료정보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본다. 바로 그게 문제다. 심지어 한 병원 내에서도 정보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연구자와 병원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팔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이미 그런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정보를 사고 파는 상황이 벌어지면 임상시험 비용은 올라갈 것이고, 결국 신약 개발은 한층 어려워진다. 결국 이는 환자나 연구자 모두에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는 최근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Real-World Data’에 초점을 맞춰 ‘Real-World Data to Optimize Clinical Trials’란 주제로 진행됐다.

700여명이 넘는 학계,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 분석, 리얼월드 데이터 활용과 신약개발,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 공통데이터모델, 간호정보학, 정보의학인증 등 다양한 주제의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보건의료원 등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참여해 진료정보교류, 정밀의료 전문인력 양성, 의료정보정책 등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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