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교수, 약침학회지 게재된 논문에 신랄한 비판…"설계부터 잘못"
연구비 지원한 복지부에 "지급 전략 재검토하고 비판 능력 있는 평가자 모집해야“

보건복지부 연구비 지원까지 받아 한 한의대에서 진행한 도침 치료 관련 연구가 영국 대체의학 분야 권위자로부터 ‘형편없는 연구’라는 혹평을 들었다.

혹평을 들은 연구는 대한약침학회가 발행하는 ‘Journal of Pharmacoacupuncture’에 실린 ‘무릎 관절염에서 도침 치료의 효능과 안전성(Efficacy and Safety of Miniscalpel Acupuncture on Knee Osteoarthritis: - A randomized controlled pilot trial.)’ 연구 논문이다.

영국 엑서터대 대체의학과를 설립한 에트차르트 에른스트 교수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연구가 도침 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에는 설계부터 잘못됐으며 오류와 결함 등이 가득하다는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에른스트 교수는 “이 연구는 저자들이 엉터리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해 선행이라는 이름만 붙인 형편없는 연구”라고 혹평했다.

영국 엑서터대 에트차르트 에른스트 교수의 블로그 캡처.

도침 치료는 1976년 중국 주한장(朱漢章) 교수가 개발한 메스 형태의 침(도침)을 이용한 침술이다.

에른스트 교수는 도침 치료가 관절 통증에 효과를 보인다는 문헌 대부분이 중국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이며, 그 자체에도 심각한 방법론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침 치료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도침 치료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주목했고 그게 바로 한국 한 한의대 교수가 진행한 연구였다. 에른스트 교수는 연구 내용과 결과를 자세히 소개했다.

연구진은 24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도침 치료 그룹(실험군)과 침 치료 그룹(대조군)으로 나눠, 3주 동안 실험군은 주 1회씩, 실험군은 주 2회씩 치료한 후 통증평가척도(VAS)로 통증을 평가했다.

그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도침 요법과 침 치료 모두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의 통증 제어에 비슷한 효과를 냈으며 도침이 더 적은 치료 횟수로 동일한 효과를 냈기 때문에 도침이 통증 완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결과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 실시는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에른스트 교수는 “이 연구는 실수, 결함, 오류, 착각 등을 가득 모아 놓았다”며 “임상시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속성으로 배우길 원하는 사람에게 이 논문을 추천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에른스트 교수는 도침 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연구하기에는 참가자도 턱없이 부족하고 대조군 비교도 잘못됐다고 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도침의 안전성을 연구하겠다는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려면 24명이 아닌 2만4,000명이 필요하다”며 “도침의 효능을 연구하겠다는 목표도 실현 불가능하다. 24명보다 훨씬 많은 피험자가 필요하며 가짜 치료를 받는 대조군이 있어야 하고 치료 스케줄도 동일하고 환자에게도 맹검 처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도침 치료와 침 치료가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제어에 동일한 효과를 냈다는 연구진의 주장은 왜곡”이라며 “이 말은 두 치료법 모두 특정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가짜 치료 대조군과 비교하지 않고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연구의 설계만 봐도 어떤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 자체가 연구윤리 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도 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이런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한 복지부에 대해서도 "연구비 지급 전략을 즉시 재검토하라”고 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이 연구는 한국 복지부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각주를 주목해야 한다. 이 부처는 연구비 지급 전략을 즉시 재검토해야 하며 비판적 분석 능력이 있는 평가자를 모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이같은 에른스트 교수의 글을 번역해 블로그에 올렸으며, 이를 본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시킨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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