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의료이용지도 연구’ 중간결과 발표…김윤 교수 “병상 공급 구조 살펴야”

중소병원 중심의 공급구조가 사망률과 재입원율에도 영향을 미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1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56개 진료권으로 의료생활권을 도출하고 각 지역 간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수는 2016년 기준 인구 1,000명당 6,2개로 OECD 평균 3.3개의 1.9배였다. 특히 OECD 국가들은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이 전체 병상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00병상 미만 중소형 의료기관 병상이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환자 입원의료이용 행태, 인구수와 이동 거리를 기반으로 설정된 56개 중진료권 중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가장 많은 지역은 9.9개, 가장 적은 지역은 3.6개로 진료권 간 2.8배 격차가 나타났으며, 고성, 영월, 진천 등 11개 지역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었다.

자료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유무가 사망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도 보정 사망비가 가장 높은 곳은 이천·여주(1.7)로 가장 낮은 강릉·평창(0.8)과 2배 이상 격차가 났다.

강릉·평창은 주변 지역 중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존재하지 않는 속초(1.5), 영월(1.3)보다 사망비가 낮았다. 강릉·평창은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6.6개로 전국 평균 6.2개보다 소폭 많았지만 급성기 병상의 63%가 300병상 종합병원에서 공급되고 700병상급 지역거점 의료기관도 존재했다.

사망비가 가장 높은 이천과 여주는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3.7개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급성기 병상 100%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구조였다. 자체충족률도 45.4%로 의료자원이 취약했다.

자료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병상 수가 많을수록 재입원비율도 높았다.

위험도 표준화 재입원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천안·아산으로,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은 5.7개였으며 병상의 40%가 300병상 종합병원에서 공급되고 지역거점 의료기관도 존재했다. 인구 1,000명당 입원도 204건으로 전국 평균인 225건에 비해 낮았다.

재입원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여수였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 병상이 9.6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300병상 종합병원이 공급하는 병상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지역거점 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도 없었다. 여수 지역 인구 1,000명당 입원은 334건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자료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세균성폐렴 등 외래에서 잘 관리되면 입원 예방이 가능한 질환군인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해남으로 인구 1만명당 545건이었다. 전국 평균은 181건이다.

해남은 지역박탈지수가 높아 사회경제적 여건이 취약하고 인구 1만명당 일차의료 의사수가 1.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또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수도 13.4개나 된다.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로 76건이었다. 용인시 수지구는 지역박탈지수가 가장 낮아 사회경제적 여건이 양호하고 인구 1만명당 일차의료 의사 수도 3.2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인구 1.000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수는 0.9개였다.

자료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책임자인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 간 의료변이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작점”이라며 “병상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 측면에서 중소병원의 진료기능을 명확히 하고, 급성기뿐 아니라 요양병원-요양원 등 협력체계를 갖고 상생하는 길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도한 병상 공급은 입원 의료이용과 재입원의 증가로 나타났으나, 병상 공급량이 많아도 공급구조가 좋은 경우 의료이용과 의료결과가 양호했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입원 및 재입원을 예방하고, 입원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상 공급구조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상 공급량을 적정화하고 입원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시도 및 진료권별 병상총량제 ▲급성기 종합병원 신설 병상기준 강화 ▲지역거점 병원 육성 ▲적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 기능 전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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