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이용재 교수 “간호사 활동률 제고, 처우개선법으로 해결해야”…환자단체‧병협 이견

인구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및 국가치매책임제 도입으로 간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면허를 가진 이들의 활동률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간호 인력 처우개선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서대 이용재 교수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이용재 교수는 22일 자유한국당 윤종필, 김승희 의원이 개최한 ‘간호인력 처우개선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전체 간호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다”면서 “간호인력 양성과 처우개선을 위한 구조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소지자는 2017년 기준 37만5,000여명으로 신규 간호사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1만6,000명씩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18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활동률이 감소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20대 간호사 중에서는 76.4%가 활동하는 반면 50대는 33.4%만이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이 교수는 면허자 수 대비 활동 간호사 수가 적은 이유를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꼽았다.

낮은 급여 수준도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평균 임금은 월 317만원이다. 급여 수준은 종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평균 임금은 407만원인데 반해 30~99병상 규모의 병원은 262만원, 30~99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은 232만원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지방이나 중소병원으로 갈수록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진다”면서 “앞으로 정부에서 진행할 치매국가책임제, 장기요양보험, 커뮤니티 케어 등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법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간호 인력 적정 확보는 인권보호 측면 뿐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간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게 자명한 상황에서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앞으로는 더 어렵게 된다. 처우개선을 위해 구조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선 간호 인력 처우개선법 제정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간호계는 간호 인력 처우개선법 제정에 동의했다.

대한간호협회 곽월희 제1부회장은 “정부가 지난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근거 법률 제정이 필수적”이라며 “이 시기에 간호인력 처우개선법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했다.

병원계는 간호 인력 처우개선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보였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정책위원장은 “간호 인력 처우개선 문제가 왜 이제야 나왔는지 의문이다. 진작 개선됐어야 한다”면서 “간호사들이 지금보다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보수 뿐 아니라 임신순번제와 태움 등의 문화적인 부분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병협도 협조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간호사 부족 현상에 대한 관점이 (간호계와 병원계가)조금 다르다”면서 “처우개선으로 늘어나는 간호사 수는 한정돼 있다. 인력 증원에 대한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률로 표준 보수 지급을 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표준 보수가) 너무 낮아도 말이 나오고 높아도 말이 나온다. 법률로 제정하기 보다는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구조가 돼야한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간호 인력만을 위한 처우개선법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처우개선이나 인권보호는 간호인력 뿐 아니라 의사, 의료기사 등 다른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도 필요하다”면서 “간호 인력만 위한 처우개선에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부분을 아직 국민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정부는 간호사들에 대한 적정 처우를 보장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면서 “대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간호 인력 처우개선법 제정과 관련해선 “현재 국회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인력특별법안이 있는데, 간호인력 처우개선법안 보다 인력 포괄 범위만 넒을 뿐 위원회 개설과 종합계획 마련, 실태조사 실시 등 내용이 거의 같다”면서 “아마 국회에서 병합심사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보건의료인력 중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에 법안이 제정된 후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지난 1월 ‘간호인력의 양성 및 처우개선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간호인력을 양성해 원활한 수급을 지원하고,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함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복지부장관은 간호인력을 양성해 보건의료기관이 원활히 간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5년마다 간호인력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매년 종합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간호인력 양성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간호인력 수급과 양성 계획에 관한 사항 ▲간호인력 근무여건과 근무환경 개선에 필요한 제도 마련 ▲표준 보수지급 기준 마련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간호인력지원정책심의위원회를 두고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지역별 설치·운영 ▲간호인력의 표준 보수지급 기준 마련 후 보건의료기관에 대해 준수 권고 ▲한국간호인력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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