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자대회에 의사 600여명 참석…“문재인 케어 저지 및 적정 수가 보장” 한 목소리
공단 노조, 맞불 집회…“문재인 케어는 국민적 여망, 의사단체는 이기주의 버려야”

지난 12월 10일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이어 의사들이 또 다시 거리로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사 600여명은 정부의 일방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폐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건강수호 비대위 제1차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1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의사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시경부터 속속 행사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문케어로 의료파탄, 청년재정 뭉개진다’, ‘예비급여 철폐해라, 국민건강 수호하자’, ‘저부담 저수가, 국민건강 위태롭다’, ‘필수의료 적정수가, 국민건강 지켜낸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장 분위기를 북돋았다.

대표자대회는 1시 30분부터 진행된 사전 공연(의사 밴드 ‘닥터 처방전’)에 이어 2시 정각에 시작됐다.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을 비롯 이 자리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케어와 그간 정부의 협상 태도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지난 12월 총궐기대회 이후 시작한 의정 실무협의에서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실무담당자들은 ‘의정실무협의에서 의견이 다를 경우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를 개별 접촉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협상의 기본인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기만적인 예비급여의 확대를 시도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에 35%의 정책가산금이라는 달콤한 사탕으로 신포괄수가제 확대를 꾀하고 있다”면서 “또 의료계와 단 한마디의 상의 없이 오는 4월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 급여를 확대, 급여기준 이외의 비급여를 전면 폐지하고 예비급여 본인부담 80%의 고시를 예고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제가 삭발을 하고 비대위 협상단이 전원 사퇴했지만 복지부는 계속해 이 모든 책임을 비대위에 떠넘기기 급급하다”면서 “보건의료정책의 한축인 의료계 의견은 깡그리 무시하고 막가파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추후 정부가 계속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식 대화로 일관하며 일방적으로 보장성강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의정관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파국이 올 수 있다”면서 “이 모든 책임은 의정협상을 파행으로 이끈 정부와 막가파식 정책을 밀어붙인 일부 복지부 공무원에 있다. 정부는 해당 공무원을 즉각 교체 및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강연과 연대사에서도 정부를 향한 성토는 계속됐다.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은 문재인 케어를 대국민 사기극이자, 우리 의료공급체계를 파괴하는 위험한 포퓰리즘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우리의 공공의료보험체계는 한국만의 독자적인 정치, 사회적 특성과 의료계의 협조와 양보를 통해 나름 의료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기막힌 균형점을 찾게 됐다”면서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수십 년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간신히 이룩한 의료수급체계를 문재인 케어라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의사 월급 평균에 대해서도 “의사 월급이 일반직장인 월급 281만원의 4.6배라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왜 이 시점에서 이런 글을 퍼트리나. 이게 교활한 문재인 케어의 민낯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이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 소장은 “문재인 케어 저지투쟁은 정의냐 불의냐의 선택이지 이해타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료수가를 올려 받기 위한 의사들만의 이기적 투쟁이 아니라 선량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고결한 투쟁이라는 확신을 가져달라. 그래야만 투쟁에서 의사들만으로 고립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싸워 문재인 케어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했다.

연대사에 나선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임장배 의장, 비대위 투쟁분과위원회 김승진 사무총장,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도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장배 의장은 “문재인 케어는 우리를 굶주리게 하고 총액계약제는 우리를 거지로 만든다”면서 “실직, 폐업, 신용불량자, 가정파탄, 이혼, 자살로 몰고 가는 지옥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치현 회장은 “정부는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를 퇴색·묵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욕심만을 채우고자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정상화된 의료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협 회장 후보들 “문재인 케어 저지” 한 목소리…지지 호소
40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투쟁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왼쪽부터) 추무진, 기동훈, 최대집 후보

기호 1번 추무진 후보는 지난 17일 유명을 달리한 한 성형외과 의사를 언급하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저수가, 왜곡된 의료, 쇄락하는 의사의 존재가치를 되살리겠다”면서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반드시 저지하고 그간 의료계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받아내겠다. 이 두 가지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했다.

기호 2번 기동훈 후보는 “지금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보장성 강화가 아니고 안전성 강화”라면서 “이상을 현실에 강제로 집어넣으면 현장은 지옥이 된다. 무리한 보장성 강화는 국민과 의사를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 후보는 이어 “우리는 현명해야 하고 과감해야 한다”면서 “내부의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않고서는 의협이 정부를 상대할 수 없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처럼 의협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기호 3번 최대집 후보는 “최근 3개월간 의정협상이 진행됐지만 정부는 의료계 요구를 하나도 수용하지 않고 보장성 강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조폭이냐 사기꾼이냐. 이럴 거면 왜 협상을 하자고 했냐”고 성토했다.

최 후보는 이어 “이제는 정부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의료를 멈춰서라도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고 적정 수가 보장 및 잘못된 급여기준 개선 등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왼쪽부터)임수흠, 김숙희, 이용민 후보

기호 4번 임수흠 후보는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약속하며 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임 후보는 “지금까지 의료계 투쟁은 특정 이슈가 터지거나 의사를 옥죄는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에 대응하는 수비에 급급한 소극적 투쟁이었다”며 “앞으로는 강력한 투쟁체제를 구축해 우리 힘을 대내외에 과시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누구보다 앞장 서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기호 5번 김숙희 후보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와 예비급여는 대한민국 의료를 파탄시킬 것”이라며 “의사와 국민 모두가 저수가와 의료사고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모래알처럼 흩어진 회원들을 단합해 투쟁에 나서겠다”면서 “이기는 투쟁으로 회원들에게 승리를 안겨드리겠다. 수가를 OECD 평균으로 인상해 우리들의 명예와 권익을 지키고 자존감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또 “타워 크레인 위에 올라가 투쟁해야 한다면 여성인 제가 올라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회원들이 하라는 것을 다 하겠다. 강력한 투쟁으로 의사들이 존중받는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호 6번 이용민 후보는 영화 ‘설국열차’와 ‘300’을 각색한 영상을 통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관치의료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잘못된 의료 제도를 바꿔 의사들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겠다”면서 “투쟁 잘하는 사람을 투쟁위원장, 정책 잘하는 사람을 정책위원장 시키고 제가 중심을 잡겠다. 의사를 위한 의협, 당당한 의협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필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및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계 요구 사항을 다시 한 번 정부와 국민에 전달했다.

이 위원장은 “향후 30년간 대한민국 의료가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의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 져야한다”면서 “예산 투입과 보험료 인상 없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진료량을 줄이고 통제하겠다는 대국민 기만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조금 더 솔직해달라”고 했다.

또 “증폭되는 의료계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부가 자초한 것으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협상태도를 보여야 한다. 다시 한 번 의료계와 비대위를 기만하고 신뢰를 저버리면 남은 방법은 오직 투쟁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수가 체계의 조속한 정상화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의료수가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3개월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저수가 개선 및 비정상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에 나서달라”고 했다.

국민에게는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의료계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공단 노조 “문재인 케어는 국민적 여망, 의사단체 각성하라”

한편, 같은 시간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과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노동조합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나선 의료계를 비판하는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두 노조는 ‘모든 국민이 원한다. 문재인 케어 조속히 이행하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사단체는 외면마라’, ‘정부는 더 이상 의사단체의 집단이기에 끌려 다니지 말라’, ‘국민 여망 외면하는 의사단체 각성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두 노조는 “의료계는 낮은 진료수가를 주장하며 정부와 공단을 압박하면서 무수히 많은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이윤을 극대화해 왔다”면서 “이러한 비정상을 2022년까지 정상화 하는 게 문재인 케어이며 아직은 미흡하지만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한 첫 시도이기에 국민들은 커다란 기대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과격 의사단체가 문재인 케어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에 한치의 손해라도 갈까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다양한 전제 조건을 제시하고 툭하면 정부와의 협상을 깨고 나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노조는 “문재인 케어의 내용을 호도하고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는 의사단체의 주장과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제대로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일부 의사단체의 극단적 집단이기주의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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