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의비급여라고 해서 진료행위 정당성 부정할 수 없어"
"감경사유 고려치 않은 일률적 과징금 산정은 재량권 일탈‧남용“

의학적 타당성이 없는 임의비급여를 환자들에게 부당청구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20여억원을 부과 받은 A대병원이 4년여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일 A학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2년 5월 경 복지부는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 A대병원에서 이뤄진 진료분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조사 결과, A대병원은 당시 시행되고 있던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제반 규정들을 초과해 요양급여를 실시했으며, 의약품, 치료재료, 검사료, 이학요법료 등의 비용을 수진자들에게 비급여로 청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복지부가 과다청구로 확인한 비급여 비용은 요양급여비용 4억8,761만원과 의료급여비용 4,087만원이다. 구체적으로는 ‘본인부담금 과다징수’가 4억4,973만원,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가 3,797만원이었으며, 의료급여비용은 ‘본인부담금 과다징수’가 3,918만원,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가 169만원이었다.

복지부는 이같은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 과다본인부담금 합계액을 각각 4억7,677만원과 3,977만원으로 산정하고 법에 따라 과징금으로 각각 19억708만원과 1억1,931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A대병원은 “병원에서 행한 진료행위는 여러 논문과 관계 행정청의 심사결과 등에 의해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고, 수진자들도 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비용부담에 대해 동의한 것”이라면서 “이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나 의료급여를 청구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병원이 환자에 대한 최선의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시행한 점, 환자에게 부득이하게 진료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모든 비용을 공급받을 당시의 원가대로만 청구했을 뿐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거나 그러한 시도를 한 바가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부당금액의 3~4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복지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처분을 내렸다고 판단, A대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의료적으로 환자에게 이뤄져야 함이 상당한 최선의 진료행위에 대해 요양급여행위로 정해지지 아니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료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익 환수뿐 아니라 업무정지나 수배의 과징금 처분까지 가한다면 이는 오히려 국민보건을 향상시키려는 건보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임의비급여 허용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않은 경우에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과징금 감경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감경사유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당금액의 3~4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한 복지부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당사자들이 제출한 증거나 법원의 증거조사에 의해 나타난 증거자료만으로는 정당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면서 “이에 복지부 처분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A대병원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먼저 “재판기간 동안 수많은 서면과 증거자료가 제출돼 사건이 매우 방대하고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130여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병원 측 주장에 대해서 일일이 판단해준 재판부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현 변호사는 이어 “1심 법원이 각 증거자료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임의비급여의 허용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한 것은 기존 대법원 법리를 충실하게 따른 결과”라며 “특히 임의비급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임상현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과징금을 감경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현 변호사는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 이후 임의비급여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그 허용요건이 상당하고 엄격하고 이를 전부 병원이 입증해야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부는 이 판결을 계기로 임의비급여를 다른 부당청구의 유형과 구별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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