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리검 여성병원과 하버드의대에서 예방 심폐의학과 전문의 과정 중인 신현준 박사

최근 한 외신에 세계 기록을 수립한 한국인 의사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문의 자격(Medical borad, 이하 보드)을 보유해 세계 기록 아카데미(World Record Academy)에 이름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그 주인공은 현재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에서 예방 심폐의학과(Preventive cardiology)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신현준 박사다.

신 박사는 브리검 여성병원 이외에도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와 VA Boston Health Care System에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신 박사는 한국에서 취득한 내과 전문의 및 심장내과 분과전문의 등 2개의 보드를 포함해 총 10개의 보드를 갖고 있다.

세계 기록을 세웠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3개의 보드를 더 취득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10개의 보드를 따게 된 뒷얘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우선 취득한 10개의 보드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하다.

크게 한국에서 취득한 두 개의 보드와 미국에서 취득한 여덟 개의 보드로 나눌 수 있다. 한국 보드는 내과, 심장내과 전문의로 내과 레지던트와 심장내과 전문의 트레이닝을 거쳐 취득했다.

미국에서 처음 취득한 보드는 2년 6개월의 트레이닝 후 취득한 내과 전문의다. 이후 3년간 심장내과 트레이닝을 거쳐 지난 2015년 심장내과(cardiovascular disease) 보드를 땄다.

나머지 보드들은 미국 주의사면허(state medical license) 소지를 기본 요건으로 하는 예방심장학 또는 심장학 관련 자격들이다. 지난 2015년에는 National Board of Echocardiography라는 보드 관리 기관에서 발행하는 심장 초음파 보드와 심장 핵의학 보드를 취득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미국 고혈압학회(American Society of Hypertension)의 고혈압 보드를 취득했으며, 2017년에는 비만의학, 임상 지질학(clinical lipidology), 생활습관 의학 보드를 취득했다. 이들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개별 보드취득 자격 이외에 40~60점의 평생 교육 연수평점(CME) 등의 교육요건과 환자 진료의 전문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한국에서 말하는 보드와 미국의 보드에 차이가 있나.

미국에서 취득한 내과, 심장내과 보드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그 외 미국에서 취득한 세부 자격들은 한국의 인증의와 비슷하다.

먼저 내과, 심장내과 전문의 자격은 미국의 의학 전문의 자격을 관리하는 ABMS(American Board of Medical Specialty) 중 하나인 ABIM(American Borad of Internal Medicine)에서 수여하는 공식 자격이다.

다만 미국에는 ABMS와 학회 외에도 별도의 보드인증기관에서 보드 자격을 관리, 부여하고 있다. 각 보드관리 기관은 자격 취득을 위한 기준을 만들고 일정 교육 요건을 충족한 사람에게 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심장 초음파 보드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보드취득시험 통과 외에도 300건 이상의 경흉부 초음파 판독, 150건 이상의 경흉부 초음파 시행, 등의 보드 관리 기관에서 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이렇게 많은 보드를 취득한 이유가 궁금하다.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됐는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계기라고 할까. 사실 지금까지 취득한 보드들은 현재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예방심장학 또는 심장학에 관련된 분야들이다. 각각의 시험을 준비하다보면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지식을 공부하게 된다. 그런 생각으로 하다보니 지금까지 10개의 보드를 따게 됐다.

실제로 공부를 하다보면 ‘이런 정보를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겠다’고 깨닫는 경우가 많다. 행동 습관 의학 보드를 취득한 뒤에는 비만 치료에 행동치료의 이론을 적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다양한 분야의 보드를 취득한 것이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진료를 가능하게 한 셈이다. 또 보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서는 심장 초음파, 핵의학 보드 등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고 인정하기도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3가지의 보드를 더 취득할 계획이다. '심장 CT보드(Certification Board of Cardiac Computed Tomography)', '혈관 초음파 판독의 인증 시험(Registered Physician in Vascular interpretation)', '영양 전문가 임상 의사 보드(Physician Nutrition Specialist Board)'에 도전할 예정이다. 보드 취득을 환자 진료를 위한 지식 습득의 계기로 삼은 만큼 앞으로도 연구와 임상에 도움이 될 만한 보드들을 취득해 갈 것이다.

신현준 박사

1997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신현준 박사는 지난 2009년 프레이밍햄 병원(Framingham Hospital)에서 내과 전공의로 일하며 하버드 공중보건학과에서 영양역학(Nutrition Epidemiology) 과정을 밟아 지난 2014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로 식습관과 심혈관 질환관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지난 2014년에는 '여성에 있어서 라면과 대사증후군 및 식습관과의 관계'를 밝힌 논문을 발표하면서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 취득한 보드들이 예방심장학과 심장학에 관련된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식습관 따라 당뇨환자의 사망률, 심근경색·뇌졸중의 발생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의 일부가 지난 2013년 미국 심장학회에서 발표되면서 젊은 연구자상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텍사스 샌 안토니 미국 심장 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에서 수상한 포스터 발표 최우수 펠로우 상

주로 질병의 발생 경로를 밝히거나 이를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후에는 통계, 방법론 등을 이용해 심장 심혈관 질환에 식습관, 영양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싶다. 식사, 음주, 비만 등의 생활습관을 관리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이 이미 있는 환자는 위험인자의 관리로 수명을 연장하게 하는 질병역학은 연구주제일 뿐 아니라 전공분야이기도 하다. 이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 질병 예방과 역학에 주로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나.

지난 2003년 전세계적으로 사스가 창궐했을 때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사)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 이 때 질병 역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스 때 전 세계의 의료진들이 목숨을 걸고 환자를 진료했다. 사스의 잠복기, 전파경로 등 질병역학적 사실들을 규명해 내는 것을 보며 질병역학의 가치를 알게 됐다. 이것이 하버드에서 질병역학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사스 유행 초기 전세계 의료진들은 사스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대응에도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사스 발생 대응 매뉴얼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함께 복무하던 역학조사관들과 함께 대응 매뉴얼을 고쳐나갔으며, N95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데 앞장섰다. 그 결과 국무총리상, 국립보건원장상, 서울시장상 등을 받았다.

-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을 명심하여 환자의 고민에 귀 기울여주고 가장 최신의 지견과 지식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3개의 보드도 취득해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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