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진료시간 단축과 더불어 문 닫는 동네의원 늘어날 것"
간무협 “인상 환영…의료기관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 전가해선 안돼”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확정되자 벌써부터 개원가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개원가 상황에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면 문을 닫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 6,470원보다 16.4% 인상된 것으로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해보면 일급은 6만240원(8시간 기준), 월급은 157만3,770원(209시간 기준)이다. 올해와 비교했을 때 월급으로는 22만원 가량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 근로시간만을 계산한 것으로 주말근무와 초과근무를 포함하면 의료기관 운영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대한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미 정해졌으니 적응을 해야겠지만 한숨부터 나온다”고 토로했다.

송 회장은 “개원가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입는 정도가 아니라 폐원을 고민하거나 실제 폐원하는 의료기관이 속출할 것”이라며 “살아남는 의료기관도 저임금 상태의 효율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진료 불편이 발생하겠지만 의료기관 규모를 축소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이어 “정부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3조 가량의 지원금을 푼다고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그동안 의료기관에 혜택을 준 적이 없다”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료기관에 지원이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원 전체의 급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신참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다른 연차들까지도 최저임금 인상폭에 맞춰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정부가 수가는 통제하면서 직원들의 월급인상만 강요하고 있다. 이대로는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산부인과계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이사는 “의료기관에 주는 수가는 2~3% 올려주면서 최저 임금을 16.4% 인상하면 직원들의 월급은 어떻게 주냐”며 “문을 닫는 수밖에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면서 “산부인과는 타과에 비해 3배 이상 인력이 필요해 지금의 분만 수가로도 운영이 어려운데 직원들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나면 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문 닫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추가적인 수가 인상 없이는 직원 수를 감축할 수밖에 없다”며 “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의료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수혜자이자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간호조무사들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의료기관에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전가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먼저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한다”며 “문 대통령이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여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도록 하는 제도 보완의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제도와 현장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간무사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의료계 상황에 최저임금까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며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지원책에 의료기관도 빠짐없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