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학회, '4차 산업혁명' 주제 춘계학술대회 개최
전문가들 "한국은 글로벌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 보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4차 산업혁명의 중요 키워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는 바로 의료바이오분야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한의료정보학회는 올해 춘계학술대회 주제를 4차 산업혁명으로 정했다. 공공보건 빅데이터 활용 방안, 의료복지안전망 구축, 모바일헬스, 병원과 인공지능 등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대한의료정보학회 박래웅 이사장, 세계의료정보학회 박현애 회장, 대한의료정보학회 유희석 회장, 대한의료정보학회 노연홍 춘계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의료정보학회 박래웅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헬스케어다. 특히 데이터가 매우 중요해지는데 한국은 전자의무기록(EMR) 보급 1위, 의료 영상 저장 전송 시스템(PACS) 보급 1위로 인프라가 잘 돼 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도 친화적"이라면서도 "몇 가지 극복할 점이 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데이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표준화 방법, 의료정보의 개방성 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박 이사장은 “현재는 한국보다 미국이 EMR 보급률이 더 높다. EMR 정보가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뀌어야 한다"며 "미국은 인센티브를 통해 의료정보의 질을 높였다. 한국 역시 각 병원에 쌓여있는 데이터를 공유가능 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각 병원 별로 발달해 있는 의료정보를 축적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EMR 기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의견이다.

박 이사장은 “표준화된 시스템을 정부가 제시하기 보다는 표준화된 기능을 제시하고, 최소 충족기준을 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또한 현재 개인으로 흩어진 의무기록을 모으고 연구목적으로 기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갖추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유희석 의료정보학회장 역시 현재 병원 중심으로 발달해 있는 의료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방성과 표준화가 가장 큰 해결과제라는 데도 동의했다. 또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희석 회장은 “각 병원마다 특성이 있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문제도 있다. 의료정보의 질 역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규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정보 활용에 대해 국민 신뢰를 심어주고, 의료정보를 통한 연구가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노연홍 춘계학술대회 조직위원장(가천대 부총장)은 “현재 의료뿐만 아니라 기술과학의 발달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의료와 정보의 결합은 인류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라면서 “국가적으로도 (이런 흐름을)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빠르게 받아들여서 발전에 좀 더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글로벌 표준화를 모색하고, 의료정보가 윤리적, 기술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 분야를 촉진해야한다. 전체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물꼬를 트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라고 했다.

세계의료정보학회 박현애 회장도 의료정보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현애 회장은 “세계적으로 의료정보는 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A라는 회사가 의료정보 플랫폼을 만들어 각 병원에 공급했지만 한국은 각 병원 별로 발달해서 의료정보가 각 병원에만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결국 글로벌 표준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 30여개 국가가 표준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국형 표준을 만드려고 한다. 세계 시장에서는 밀렸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정보 질이 나쁜 이유는 글로벌 표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정보를 잘 수집하면 질이 높아지고, 이를 각 병원이나 연구자들에게 개방이 가능하고, 그러면 글로벌에도 의료정보를 개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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