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입증 데이터와 적절 파트너 선정이 주효…"선행지표를 잘 살펴봐야"

지난해 12월 동아ST는 MerTK 저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DA-4501’을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애브비 자회사)에 최대 5억2,500만달러(약 6,000억원)에 기술수출하며 화제가 됐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노블타깃(출시된 약물과 다른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긴하지만, 후보물질 탐색단계에 불과한 데다 시험관 실험만 거친 후보물질을 가지고 큰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First-in-class’ 약물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용화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중간에 실패할지도 모르는 게 신약 개발이다 보니 아직 성공여부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동아ST의 기술수출은 분명 의미가 있다.

MerTK저해제는 왜 애브비에게 매력적이었을까
동아쏘시오홀딩스 윤태영 연구소장과 동아ST 해외사업본부 이재준 전무는 지난 16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공동주최로 개최된 ‘Global Business Development Forum-‘Early STage Asset’ 기술 이전 전략‘에서 기술수출 뒷 이야기를 풀었다.

이 전무는 “DA-4501은 앞선 면역항암제다. 동아ST에서도 핵심 인물 6~7명 외에는 알지 못했다.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코드네임을 붙이며 철저히 감췄다”고 했다.

이어 “조용히 진행하면서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분한 데이터 확보와 적합한(Right) 파트너를 찾은 게 주요했다”고 했다.

DA-4501은 경쟁약물과 비교불가능한 우수한 활성 및 선택성을 확보했고, 인 비트로(In Vitro)실험을 통해 타깃 기전도 입증했다. 전임상 동물모델에서 면역력증진 항암효과도 검증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애브비 외에 8개 제약사와 접촉했지 애브비가 가장 적극적이었고 MerTK 저해제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았다.

결국, MerTK 저해제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본 애브비와 후보물질 탐색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성사됐다.

'MerTK 저해제'인 'DA-4501'을 개발한 윤 소장은 오랫동안 미국 노바티스에서 신약 개발 업무를 했다.

윤 소장은 "해외에서 신약개발이란 한국과 달리 대부분 발견(Discovery)의 개념이다. 그래서 기초과학 분야의 경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주목받는 면역항암제도 이미 2011년에 네이처에 리뷰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신약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안보일 뿐 선행지표가 있다. 앞서고 있는 부분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윤 소장은 원래 서울아산병원 이재철 교수팀이 AXL이라는 새로운 타깃을 발견한 사실을 알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구 중에 화합물이 MerTK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붙는 것을 발견했다. 관련 연구를 확인해보니 면역항암쪽으로 연구된 게 많았다. 연구는 많았지만 신약 개발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그는 타깃을 바꿨다.

물론 기초과학 경향을 파악한다고 해서 곧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초과학 연구 중에서 무엇이 괜찮은 타깃인지를 고르는 게 문제다.

윤 소장은 "기초과학 붐이 일어난다고 신약개발 붐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타깃이 전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노블타깃을 발견하는 것은 첫째는 운이고, 둘째는 전문성 및 관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기술수출, 초기에 할까 나중에 할까
최근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약물이 해외에 기술수출되면서 적절한 기술수출 시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아주 이른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한 동아ST 사례를 바탕으로 언제가 가장 적절한 기술수출 시기인가에 대해 각자 활발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미약품 조인산 이사는 가장 자신있는 시기에 기술수출을 시도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

조 이사는 “한미약품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장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게 맞다고 본다. 국가 역시 그런 기업이 많다면 도와주는 게 맞다”고 했다.

윤 연구소장은 “초기냐 후기냐를 걱정할 정도라면 행복한 고민이다. 일단 '물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물건'이 있더라도 ’First-in-class’인지 ‘Fast Follower’인지에 따라 기술수출 전략이 다르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윤 소장은 “‘Fast Follower’는 당연히 초기 기술수출이 힘들다. 반면 ’First-in-class’는 초기에 할 수밖에 없다”면서 “ ’First-in-class’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후보물질이 있어도 한국은 어떤 환자를 선택해 어떤 방향으로 임상시험을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있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해외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면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윤 소장은 “글로벌 기업은 혁신 신약을 열심히 찾고 있고, 실패하는 게 다반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위험을 떠안을 능력도 있다”고 했다.

한국MSD 신헌우 상무는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상무는 “애브비는 MerTK 저해제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내부에 있었던 거라고 본다.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파트너가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고 그게 서로 맞느냐가 중요하다. 기술수출 시, 타깃과 협상상대를 두 세 개로 좁히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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