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의 의료혁신을 위한 전략

연말이 되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업무가 있다. 하나는 내년도 계획 수립, 또 하나는 지난해 성과 평가. 어렵기는 매 한 가지이지만 부담은 성과평가가 훨씬 크다. 많은 이들이 성과관리 자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평가를 받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도 한 몫을 차지한다.


왜 성과관리를 하는가. 첫째, 목표 지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함이다. 둘째, 구성원들의 기여도를 파악하고 인정해 주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은 ‘성과관리=인센티브’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병원 경영자들마저 앞 단의 내용들은 미사여구일 뿐, 결국 돈을 얼마 주느냐가 성과관리의 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비롯한 최근 연구결과들은 금전 인센티브가 지속적인 성과를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기여도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성과관리의 첫 단추이다. 보너스, 특진, 포상, 교육기회 등 적절한 보상 패키지를 짜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적절한 기여도 측정보다는 적절한 보상에 집중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기여한 바를 적절하게 알아주는지보다는 그로 인해 얼마를 보상해 주는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은 사람들의 관심, 즉 인기와 선호에 따라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기여한 바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뒤따르는 보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선한 목적으로 도입된 성과관리가 악화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기여도라 하면 의료수익, 신환수, 각종 검사와 수술건수를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가와 진료구조 하에서 이러한 결과만을 들이대면 수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투입한 가치, 즉 병원이 인정하는 각종 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투입했는지를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같은 수술이라 하더라도 의료진 별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식의 반론도 있지만 이는 결과지표와의 함수로 해결 가능하니 큰 문제가 아니다.

기억할 점은 투입량과 산출량은 접근 순서의 문제이지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균형 잡힌 성과관리에서 접근하는 ‘투입-프로세스-결과’의 비중과는 별개로, 투입한 노력을 먼저 인정하고 난 후에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쉽다.

이러한 접근법은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희생이므로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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