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신체의 자유 침해…새로운 법 전까지 효력 유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의 진단이 있으면 정신병원에 입원이 가능토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P씨가 청구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 위헌법률심판사건(2014 헌가 9)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재산을 노린 자녀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던 P씨의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4월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는데, 당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등에 입원 가능하도록 한 해당 법조항이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헌재는 이날 선고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의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은 인정하지만,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구속한다며 가족동의 강제입원 제도의 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은 그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 보호기관이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인신구속 수준으로 침해한다"며 “보호입원을 통한 치료의 필요성 등에 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게 판단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두지 아니한 채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 본인 의사에 반하는 보호입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사전 고지 등 그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헌재는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해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보호입원의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보호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불가능해지는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심판대상조항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해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 까지 심판대상조항을 계속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의 의의에 대해 “보호입원 제도 그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게 판단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두지 않은 채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보호입원을 가능하게 해 제도의 악용이나 남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위헌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관한 규정으로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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