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암환자 대상 조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암종의 상당 수 암환자들을 만났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 자신의 암환자에 대한 편견들을 확인하게 됐다. 그 중 한 가지는 ‘암에 걸리면 죽는다’와 다른 한 가지는 ‘암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이다.


필자가 만났던 암환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담담한 모습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암으로 인해 ‘죽음’을 떠올리기보다는 ‘암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은 암에 걸려도 죽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암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전제하에서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암환자들은 자신들이 받는 치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를 도출하기 위해 기획자들과 고심 끝에 만든 문항이 하나 있는데 ‘암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문항이다.

사실 최선의 치료의 정의에 대해 기획자간 이견들이 상당했었고 문항에 정의를 넣어 미리 설명하고 진행하지만 응답자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결국 기획자들과 최종 합의를 이뤄 설문에 사용한 ‘최선의 치료’에 대한 정의는 ‘적합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비용으로 받는 것’이었다.

‘암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 5점 척도를 사용해서 응답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으로 200여명에게 실시한 결과는 5점 만점에 평균 3.55점,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4+5점)의 비율은 57.8%, 보통이다(3점)는 21.6%,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1+2점)의 비율은 20.5% 였다. 예상과는 달리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긍정과 부정의 이유를 각각 오픈 문항으로 받았는데 107개의 긍정 이유 오픈 문항의 39%가 의료진에 관한 내용, 31%가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 관련, 16%가 신약 관련 내용이고, 78개의 부정 이유 오픈 문항의 58%는 신약의 비용 부담, 23%는 만족스럽지 못한 치료 효과에 관한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긍정의 이유가 ‘최고의 의료진에게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의사들이 친절하고 열심히 노력하세요’와 같은 의료진에 관한 환자들의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암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에는 의사의 역할이 컸다. 최선의 치료의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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