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결정도 못하고 서울 잔류 타당성 검토도 안해

국토부, 존립 위기 시 예외적으로 잔류 승인할 수도 있어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강원도 원주로 이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핵심업무인 심사에 차질을 빚게 돼 지원 이관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사 이관 시 의료계의 반발은 우려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심사체계를 수도권에 남겨두기 위한 방안은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

심평원은 최근 2단계 지방이전이 마무리되는 2018년 12월 경 심사전문인력 부족을 우려해 내년 1월부터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심사업무를 전국 9개 지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복지부가 한차례 제동을 건 바 있는 만큼 이번 계획은 사전에 복지부와 논의를 가졌고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는 게 심평원 설명이다.

이에 최근 정관 일부개정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을 거쳤으며 이와 관련된 직제개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개편의 골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심사를 지원으로 이관하면서 관련된 진료심사위원회와 의료급여실, 포괄수가실, 심사관리실 등 부서들도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렇게 지원으로 업무를 이관하면 사무공간 확보 및 사택 임차료 등 최소 30억원 가량의 이사비용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평원은 종병 심사 이관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심사 역시 지원으로 분산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정부시책대로 지방 이전을 하지만 이대로라면 현재의 전문 심사위원의 수준 유지는커녕 원주 내에서 전문자문위원 확보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종병급 이상 의료기관은 사례별 심사가 중요한 만큼 현행 체계를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득이 원주에서 심사를 유지할 수 없다면 서울지원에 그 역할을 이관하는 형태로 통합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복지부는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일관,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대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복지부는 상급종병 심사 이관을 추진하고 있냐는 본지 질문에 “어떻게 할지 결정이 안됐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데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 공식 입장을 못 정했다”고 답했다.

특히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논의해봤냐는 물음에는 “거기까지 생각은 안해봤다”고 답했다.

실제 복지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으로 인해 심평원이 주요업무인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와 기능조정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심평원 심사 이관에 대해)처음 듣는 이야기다. 기자가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평원 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직제개편을 주무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들었고 (심평원이)관련 자료를 작성해서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현 업무 체계 유지가 절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며 필요시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본사의 주요업무를 지원으로 넘기는 경우는 그동안 없었다”면서 “하지만 부득이 본사의 업무를 수도권에 남겨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수도권의 재난구조나 고객의 90%가 서울에 있는 경우에는 그 사업을 하지 말라고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적인 상황일 경우 이를 고려해 (수도권 잔류를) 승인해 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전으로) 기관이 영업(업무)을 못하고 존립의 문제가 있다면 이전 취지에도 문제가 있다. 지방이전은 이전으로 인해 해당 지역과 연계해 조직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지 기관을 죽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일부 수도권에 잔류하는 기관의 경우 승인을 통해 지역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과정을 진행한 바 있다.

때문에 심평원의 경우에도 국토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이전사업과 관련된 건으로 추후에 협의가 들어오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심평원은 내주중 정관 일부개정안에 대해 이사회를 열어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로, 이사회 이전에 대한병원협회와 보험심사간호사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심사 일관성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