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재정소위서 결정한 벤딩폭 함구하며 2차 협상 완료

수가협상의 승패를 좌우할 추가재정액(벤딩)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은 2차 협상 내내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무덤덤하게 공단 자료를 공급자단체에게 제시하는 수준에서 지난 24일 2차전은 마무리 됐다.

공급자단체는 베일 속에 가려진 벤딩을 가늠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만 점쳐보며 애써 기대치를 낮추는 모양새다.

공단은 지난 24일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대한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와의 2차 협상을 가졌다. 하루 전인 지난 23일 같은 장소에서 재정운영소위원회를 열고 공급자의 입장을 전달함과 동시에 벤딩규모를 잠정 결정지은 공단이지만 이렇다 할 협상키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대한약사회 이영민 수가협상단장


대한약사회 이영민 단장은 “공단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약국에 대한 자료를 공단이 제시하고 우리가 궁금한 것을 되묻는 러프한 수준의 협상이었다. 벤딩에 대한 간이라도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는 17조의 흑자가 있으면 (수가인상폭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면서 “여러 정황상 녹록지 않다. 같은 자료라고 해도 공단과 약국의 관점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약국 수 증가율이 정체됐다는 자료를 보고 약사회는 약국 수익이 그만큼 좋지 않다고 해석한 반면, 공단은 현재 있는 약국들의 경영이 오히려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영민 부회장은 “공단은 예년 수준으로 근거 자료를 정리해 협상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최소한 벤드 분위기라도 알자고 (공단에) 물어봤는데 모호하게 대답했다. 목표(벤딩)를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일부 (인상률)수치에 대한 논의는 다음 협상이나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수가협상단장


병협 조한호 단장은 협상 직후 “공단 자료를 제시하며 진료량 증가분을 이야기 했는데 단순 증가가 아닌 보장성 강화로 인한 현상임을 충분히 설명해 해석의 차이를 좁혔다”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삼성서울병원 이외에 다른 병원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의사, 간호사 고용 등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했다. 국민건강증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수가인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병원계가 진료량 때문에 불이익을 많이 당했는데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안돼야 한다. 공단이 벤딩폭을 얘기하지 않아 다음협상부터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부대조건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협상을 마친 한의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의협 김태호 기획이사는 “공단과 같은 자료를 가지고 회의를 했는데 공단은 우리보다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했다”면서 “공단의 SGR연구결과를 우리는 알 수 없으니 기본적으로 한방에서 원가분석상 저평가된 부분에 대해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방은 초진 재진 시 진료시간이 더 길다는 점과 상대가치점수의 초기 도입 때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을 어필했다”며 “다음 협상 때 구체적인 수치를 얘기하면서 간극을 좁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병협과 한의협은 이튿날인 25일에 바로 3차 협상을 하고 약사회는 의협, 치협과 함께 27일 공단과 3차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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