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연차 레지던트 외 수련 재개 "거의 없을 것" 전망
"과감한 지원으로 가시적 메시지를 …특혜 치부해서야 "

의정 갈등 해소 기대가 커지지만 필수의료 과목은 전공의 '복귀' 기대가 크지 않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의정 갈등 해소 기대가 커지지만 필수의료 과목은 전공의 '복귀' 기대가 크지 않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의정 대화로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마냥 웃지 못하는 곳도 있다. 소위 '필수의료'로 불리는 전문과들은 의정 갈등이 해소되더라도, 수련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수련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는 의향을 밝힌 전공의들도 있었다. 대전협 비대위는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수련 재개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윤석열 정권 의료 정책 재검토를 꼽은 참여자가 76.4%라는 점을 들어 '1/4 정도는 어떤 조건이든 수련 재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라 에둘러 설명했다. 이번 조사 참여자는 8,458명이다.

주목할 점은 수련 재개 의향이 없다고 밝힌 사직 전공의 72.1%가 정부 지정 필수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 8개 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전부터 이들 과목 전공의는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던 수련병원 현장의 예상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전문의 시험을 앞뒀던 고연차 레지던트가 아닌 이상, 전공의들이 "병원에 남아 다시 수련하고 해당 전공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내과학회·대한외과학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수련 담당 임원들은 최근 청년의사 창간 33주년 특집 좌담회에서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모두 돌아오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외과학회 최동호 수련이사는 "50~70% 정도만 돌아올 것"이라 봤고, 산부인과학회 홍순철 수련제도발전TFT 위원장은 "1~2년차 레지던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2기 위원장인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는 대전협 조사 발표 당일인 지난 7일 오후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내과는 다시 수련하겠다는 전공의가 거의 없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인 용인세브란스병원 이경원 교수 역시 이날 언론에 "7월 현재 응급의학과 수련 전공의는 80여명이다. 사직 전공의 중 1, 2년차 레지던트는 대부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응급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전국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수들은 수련 재개를 포기한 전공의들을 독려할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단지 특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형사 처벌 면제와 민사 손해 배상액 제한 같은 법제도적 개선과 응급의료 분야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응급의료 분야 수가 개선 등 공정한 보상으로 전공의들이 응급의학과 수련을 택할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여론은 정부가 전공의에게 '특혜를 줘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대로면 소위 필수과는 죽을 수밖에 없다. 전공의도 없고 전문의를 배출하지 못하면 전임의가 나오지 않고, 결국 대학병원에서 중증 질환을 담당할 교수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협 비대위 정정일 대변인은 "정부와 의료계 협의가 이들 '필수과' 전공의들도 수련을 재개하고 전문의가 되겠다는 의지를 되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와 신뢰를 회복하고 전향적인 논의를 통해 '수련을 포기하지 않고 재개하겠다'는 응답이 늘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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