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나〉 저자 인터뷰
입학하자마자 학교 밖으로…“정책 문제 알리고 싶다”

느닷없는 ‘2,000명 증원’ 발표에 의대가 멈췄다.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은 1년 4개월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유화책도, 협박도 소용없었다. 의대 증원이 촉발한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예과 1학년은 세 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은 학교 밖에 있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의대 증원이 포함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추진했던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됐다.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은 그대로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병원을 떠나면서 제기했던 문제들은 잊혀가고 있다.

그래서 24학번 의대생 2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1년의 기록을 책으로 남겼다. ‘솔직한 의대생들’이란 필명으로 쓴 〈우리는 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나〉다. 필명도, 책 제목도 직접 지었다. ‘솔직한 의대생들’이라는 필명은 복잡한 정책을 의대생의 눈으로, 최대한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다는 의미로 정한 이름이다.

24학번 의대생 2명이 의정 갈등 1년을 기록한 〈우리는 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나〉를 펴냈다. 이들은 새 정부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청년의사).
24학번 의대생 2명이 의정 갈등 1년을 기록한 〈우리는 왜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나〉를 펴냈다. 이들은 새 정부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청년의사).

저자인 김도하·이서율(모두 가명) 학생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침묵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썼다고 했다. 두 학생은 ‘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블로그나 언론 기고문에는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서점에 우연히 들른 사람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랐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밥그릇’ 지키겠다고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1부는 지난 1년을 담은 수필, 2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해설로 구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 이야기를 먼저 하면 독자들이 책을 덮을 것 같아서” 일부러 수필을 앞에 배치했다. 정부 정책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 그 결론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가면을 쓰고 환자와 의사의 자유를 빼앗는 정책’(p142)이었다.

“더블링이나 트리플링을 감수하고 휴학과 수업 거부를 선택한 이유는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당사자인 우리가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이서율 학생).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소아외과 의사를 꿈꿨다는 이들은 의대 합격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기대했던 의대 생활은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에 무너졌다. 선배들이 없는 캠퍼스에서 3월 한 달 동안 교양 수업만 들었다. 그리고 2024년 4월, 24학번들은 한 자리에 모여 격렬한 토론 끝에 수업 전면 거부를 결정했다.

김도하 학생은 “2,000명이라는 숫자부터 비합리적이었다. 오래 고민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총선용 정책으로 보여서 패배하면 달라질 거라는 기대도 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정책 발표 두 달 뒤 진행된 4·10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패배했지만 정책 변화는 없었다. 의정 갈등은 지속됐고 급기야 12·3 비상계엄으로 전공의는 ‘처단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두 학생 모두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복귀 압박이 거셌던 올해 3월이라고 했다. 당시 교육부는 물론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들까지 나서 수업 미등록 시 제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교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서율 학생은 “미복귀 시 제적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의대에 입학했는데 이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려웠다. 아마 의대생 대부분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등록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가도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도하 학생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더 혼란스러웠다. 우리 학교 상황은 알지만 다른 학교 상황은 제대로 알 수 없어서 불안했다”며 “올해 3월은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다. 이 힘든 시기를 책을 쓰며 견뎌냈다. 두 학생 모두 2025학년도 1학기 등록 후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새 정부가 들어섰고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 복귀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상황이 급변해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의학교육이 정상화되는 건 아니다. 이미 의예과 1학년은 ‘더블링’됐다. 24학번과 25학번은 앞으로 6년간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의대 졸업 후 전공의 수련 과정을 밟은 인원도 최소 2배다.

그래도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루아침에 의학교육이 정상화되긴 어럽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의대가 멈춘 동안 두 학생은 각자 연구실에 들어가 로봇, 면역학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필수의료를 살릴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구에 참여했다는 이들은, 멈춰 선 시간에도 의사로서의 길을 고민하고 있었다.

‘솔직한 의대생들’은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의정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의료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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