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들 "고졸 설움, 후배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 "당정 중재안 수용해 합의처리하라"
의협 이필수 회장 "간호법, 약소 직역이 가장 큰 피해"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연가 투쟁을 선언한 간호조무사 1,000여명이 국회 앞에 나와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청년의사).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연가 투쟁을 선언한 간호조무사 1,000여명이 국회 앞에 나와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청년의사).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1,500여명이 연가를 내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1차 경고 파업이다. 이들은 대한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당정이 마련한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25일 국회 앞에서 ‘전국 간호조무사 대표자 연가투쟁’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모인 간호조무사 1,5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위헌적인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철페하라’, ‘간협은 정부중재안 즉각 수용하라’, ‘간호조무사 총파업투쟁 간호악법 박살내자’ 등 구호를 외치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간호사법’이라고 적힌 얼음을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통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페지 없는 간호법에 결사 반대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간협과 민주당을 향해 당정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라고 했다.

곽 회장은 “오늘 간호조무사 대표 연가투쟁은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1차 경고파업”이라며 “오는 27일 민주당에 의해 간호법이 강행 처리되면 85만 간호조무사는 총파업에 나설 것이다. 간호법 때문에 간호조무사가 작은 피해조차 입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앞장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간협은 간호법을 제정하면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의 위헌적 요소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반대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고졸이면 충분하다는 망언도 했다”며 “간협은 한국판 카스트제도를 고집한다. 간호사가 어떤 권리로 간호조무사의 헌법적 기본권을 짓밟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간협과 민주당은 당정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고 여야 합의로 처리해달라. 정부 여당은 끝까지 정부 중재안을 사수해달라”며 “국회의장은 27일 본회의에서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간호법을 상정하면 안된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원칙을 지킨다는 신념을 비상식적인 간호법에도 적용해달라”고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간호조무사가 간호법의 당사자라고 강조하며 간협과 민주당을 향해 당정 간호법 중재안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청년의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간호조무사가 간호법의 당사자라고 강조하며 간협과 민주당을 향해 당정 간호법 중재안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보건의료단체 대표들도 간호조무사 연가투쟁을 지지하며 간호법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금까지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앞과 민주당사 앞 1인 시위, 단체별 집회, 궐기대회 등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그럼에도 간호법이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는 사실이 매우 답답하고 애통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협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사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한다. 간호법이 통과되면 가장 약소한 직역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업무영역이 확대돼 약소 직역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 결과 각 직역 생존의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거대 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도 “고통없는 승리는 있을 수 없다. 함께 승리를 쟁취하겠다”며 “오는 27일 민주당과 간협 야욕으로 간호법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끝까지 함께 막아내야 한다. 국민 건강 위협하는 간호법을 폐기하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왼쪽)과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은 간호조무사 연가 투쟁을 지지하며 간호법 폐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왼쪽)과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은 간호조무사 연가 투쟁을 지지하며 간호법 폐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간협은 간호조무사의 학력제한을 통해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종속적인 존재로 여기려 한다”며 “교육부도 처음에 간호조무사가 ‘고졸 적합 직업’이라더니 이젠 간호법 중재안을 존중한다고 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간호법은 전면 재검토가 답”이라고 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도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추진으로 약소 직역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침탈되고 있다”며 “간호법을 철회하고 전체 직역의 균형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합리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보건복지의료단체와 끝없는 갈등과 대립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박명화 부회장은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왜 간호사가 정하는가. 간호법은 간호사 아래로 종속 관계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간호사가 ‘갑’ 행세를 하도록 조장하는 법”이라며 “간협과 민주당은 당정 중재안을 받아들여 비정상의 간호법을 정상화해달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간호사법’이라고 적힌 얼음을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통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페지 없는 간호법에 결사 반대한다는 의지를 보였다(ⓒ청년의사).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간호사법’이라고 적힌 얼음을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통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페지 없는 간호법에 결사 반대한다는 의지를 보였다(ⓒ청년의사).

연가투쟁에 나선 간호조무사들도 간호법이 제정되면 약소직역이 간호조무사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

김지연 간호조무사는 “고졸학력인 간호조무사들은 ‘고졸’, ‘학원 출신’이라는 시선과 조롱을 받고 있다”며 “더 나은 간호 실무를 배우고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졸업하면 꼬리표를 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간호조무과가 없어 다른 학과에 진학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간협은 간호조무사는 간호사가 부리는 단순 보조인력에 불과하다면서 고졸·학원 출신이면 충분하니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며 “고졸 간호조무사로 겪은 설움과 차별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간호악법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단 간호조무사도 “간협은 현재 간호법에 있는 ‘지역사회’로 간호조무사가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다는 거짓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간호법이 제정되면 지역사회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 하에 업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작은 요양시설은 경영 여건상 간호사를 채용하기 어렵다. 간호조무사를 해고하고 간호사를 채용하거나 간호조무사가 불법으로 업무를 해야 한다”며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정말 불안하고 두렵다. 간호사보다 약자인 간호조무사는 간호법에 따른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간호조무사들은 '학력제학폐지'라는 팻말을 들고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청년의사).
간호조무사들은 '학력제학폐지'라는 팻말을 들고 간호법 폐기를 촉구했다(ⓒ청년의사).

연가투쟁에 참여한 간호조무사들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없는 간호법에 절대 반대한다”며 “간협과 민주당은 당정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하고 여야 합의에 동의하라”고 했다.

이들은 “27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입법독주로 간호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86만 간호조무사는 즉시 총파업 절차에 돌입해 권역별 총파업을 추진할 것을 결의한다”며 “86만 간호조무사는 간호법 저지를 위해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간호법 강행 처리 시 연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들은 집회 후 민주당 중앙당사까지 가두행진과 구호를 제창하며 간호법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또한 국민의힘 당사로 이동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없는 간호법에 반대한다고 서명한 간호조무사 10만3,111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간호조무사들은 집회 후 민주당 중앙당사까지 가두행진과 구호를 제창하며 간호법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렸다(ⓒ청년의사).
간호조무사들은 집회 후 민주당 중앙당사까지 가두행진과 구호를 제창하며 간호법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렸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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