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연대 "27일 통과 시 총파업 논의 착수"
단체장 무기한 단식 투쟁 예고…간무협부터 시작
'약소 직역' 업무 침탈 우려…"계급화 부추기는 악법"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하자 이에 반대하는 보건의료계도 총파업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통과하면 "총파업을 포함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연대는 "우리는 간호단독법과 면허박탈법 제정의 부당성과 앞으로 이 법안이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알려왔다.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는 악법"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가 분열을 획책해도 법안 저지를 위해 끝까지 하나 된 목소리로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시작은 '무기한 단식 투쟁'이다. 먼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이 이날 기자회견 후 단식에 들어간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다른 단체 대표들도 오는 27일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단체로 단식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국민 홍보전과 집회를 병행하면서 총파업 시기와 방식을 정한다.
의협 박명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의 절실한 마음을 나타내고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파업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실행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는)은 13개 단체가 연대해 논의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가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3%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관련 기사: 간호조무사에 이어 의사들도 파업 나서나).
의협 이필수 회장은 "간협 집회에는 사안과 무관한 외부 단체까지 가세해 간호단독법 제정을 함께 요구했다. 간호단독법을 추진하려 한 배후 세력이 있음이 나타났다"며 "결국 간호단독법 제정 핵심 목적은 기득권 간호사와 일부 노조 세력이 돌봄 사업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간호사의 탈병원화를 유도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의료기관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보건의료에서 간호 직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와 의료기사 등 간호사보다 '약소 직역'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간무협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라는 이름으로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자신의 종처럼 부리려는 한국판 카스트제도"라면서 "간호법은 간호사 이익 극대화와 권력화를 추구하면서 카스트제도 같은 계급화를 부추기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성토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치과계는 처음에는 간호법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투쟁하면서 (간호사의) 약소 직역 침탈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공백으로 인해 국민 건강이 심대한 위험에 빠진다. 정치권은 약소 직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이미 현장에서 간호사의 업무 침범이 벌어지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도 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도 "이미 응급구조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단지 의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응급구조사 직역을 침탈하고 있다"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들은) 전문간호사제도를 통해 더 많은 직종과 직역에서 더 많은 업무가 침탈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 한정환 회장 역시 "간호사들은 이미 우리 방사선사 업무를 침탈하고 있다. 협회에서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침탈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료기사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직무에 대한 업무 침탈은 자명한 사실이 된다. 절대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곽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곽 회장은 국회 앞에 설치한 간무협 천막 앞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 대표들 중 가장 먼저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곽 회장은 “민주당은 간호조무사의 이야기에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간협도 우리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에서 간호조무사로 살아가기 너무 고달프다”고 했다.
곽 회장은 “간협은 간호법이 왜 폐지돼야 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정 중재안을 즉각 수용하라”며 “의료 현장은 어느 한 직종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보건의료단체가 의사를 중심으로 함께 해야지만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이제까지 간호법을 막아내지 못했다. 앞으로 간호법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텐트 안으로 들어가 단식투쟁에 돌입하고자 한다”며 “간호법이 간호조무사에게 부당하다는 점을 세상에 다 알렸을 때 다시 나오겠다”고 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이 폐기되거나 간협이 당정 중재안을 수용하는 그날까지 단식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회 일정이 불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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