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시민단체 관계자가 중재안 반대”
의협 이필수 회장 “간호법 추진 배후에 일부 노조 세력”
간협·보건의료노조 “음해·비방 수준 막말” 사과 요구
간호법 상정이 예고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대한간호협회 배후 세력 논란이 일고 있다. 간호법 원안 처리를 고수하는 간협 배후에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 등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간협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음해와 비방 수준”인 “가짜뉴스”라며 반발했다.
논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아닐 간호법 대응 방안을 논의한 의원총회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간협 김영경 회장이 간호법 중재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난 18일 간협을 만나 1차 수정안으로 간호법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자고 제안했고 “당시 간협 회장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법안 명칭 변경에는 반대해 다른 단체들과 면담을 통해 2차 수정안을 마련해 지난 24일 김 회장을 만나 다시 제안했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박 의장은 간협이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감을 잡고 있는 것은 있다”며 “어제(24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간협 회장과 함께 온 정책자문위원이 있었는데 간협이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였다. 시민단체 관계자가 왜 면담에 함께 왔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 분이 아주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없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강행 처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외부 단체 개입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관련 기사: 간호법 처리 임박에 “무기한 단식, 총파업” 강력 투쟁 경고)
특히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일부 노조 세력이 간협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간협 집회에는 사안과 무관한 외부 단체까지 가세해 간호단독법 제정을 함께 요구했다. 간호단독법을 추진하려 한 배후 세력이 있음이 나타났다”며 “결국 간호단독법 제정 핵심 목적은 기득권 간호사와 일부 노조 세력이 돌봄 사업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간호사의 탈병원화를 유도해 보건의료에서 간호 직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것”이라고 했다.
간협·보건의료노조 “악의적 정치 프레임” 사과 요구
이같은 주장에 간협과 보건의료노조는 발끈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간협은 26일 성명을 내고 박 의장이 “명백히 왜곡된 자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간협은 “면담에 참석한 간협 정책자문위원을 두고 시민단체 운운하며 간협이 변심하게 된 배후인 양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은 악의적인 정치 프레임”이라며 “마지막까지 입법부를 존중하고자 했던 간협 회장을 허수아비 취급하는 모욕적인 처사에 불쾌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간협은 당시 국민의힘과 가진 면담에 배석한 정책전문위원은 지난 2006년부터 간협 정책국에서 10년 간 근무했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시민단체인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10개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협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왜곡해 언론에 공표하면서 ‘협의를 통해 중재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본적인 신의조차 저버린 박 의장의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간협은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이 회장을 향해 “저질적이고 악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엄중히 그 입을 닫아 줄 것을 경고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간협 “간호법 제정을 위해 양대 노총과 간협이 함께 연대하는 것을 왜곡하고 악의적인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형태는 독재정권 시절에나 난무했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사장인 의사가 노동자에게 파업하라고 사주하는 것을 노동자의 숭고한 권리인 양 떠벌리는 몰상식한 작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고도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대해서도 “의사 사장 밑에서 60%에 이르는 간호조무사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심각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26일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이 말한 ‘일부 노조 세력’을 양대 노총 산하 보건의료 분야 노조로 해석하며 “음해와 비방 수준의 저급한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이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에는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 있다(관련 기사: 본회의 하루 앞두고 간협 '간호법 촉구' 집회에 동참한 양대 노총).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취지에 동감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의사 직역 중심 의료법의 낡은 체계에 대한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대 노총 보건의료 노조는 이 사안과 무관한 외부단체가 아니다. 그런 만큼 서로의 주장이 다르다면 상대방 입장에 귀 기울이면서 자기 입장을 밝히고 정정당당하게 논쟁하고 사실관계를 다투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대부분의 보건의료 노동자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에 대해 외부단체, 배후세력 운운하면서 의견을 내는 것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을 올바른 토론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의료정책이 의사단체만의 독점물인 마냥 행세하는 의협의 편협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회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명예훼손 수준의 음해성 주장을 한 발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 회장은 허무맹랑한 주장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으로 노조가 어떻게 돌봄 사업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주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어 “의협 회장의 도를 넘는 마타도어는 그동안 의사단체가 보여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근거 없는 막말과 음해, 비방을 통해 의견이 다른 상대방에 대해 품격 떨어지는 막장 기자회견을 벌인 의사단체는 즉각 국민과 보건의료노동자에게 사과하고 자숙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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