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위헌 논란 휩싸인 복지부…EMR과 입원적합성심사 연계 검토

[청년의사 신문 남두현]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시스템에 정신병원 입원적합성 심사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박성원 사무관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주최로 지난 15일 그랜드 힐튼 서울호텔에서 열린 공청회(정신보건법 개정의 과제, 개악이 아닌 개혁을 위한 법률적인 한계와 지향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사무관에 따르면, 심사는 복지부 소속 5개 국립병원 내에 각 국립병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입원적합성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지역별로 서면심사를 하고, 여기서 문제가 발견되거나 환자본인이 입원을 요청한 경우 등엔 국립병원 직원인 조사관이 병원을 방문해 환자와 대면하도록 한다.

앞서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선 본인의사와는 관계없이 보호자 2인과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을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도록 하는 정신보건법 24조(1,2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 공개변론이 진행된바 있다.

이날 제청신청인인 환자 측 대리인은 해당 규정이 신체결정자유를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환자가 입원이 필요할 만큼 정신질환에 문제가 있는지를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복지부 측 대리인은 강제입원에 대한 오남용 방지대책은 필요할 수 있어도 해당 법률은 인권침해가 아닌 적시 치료를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박성원 사무관은 공청회에서 "(강제입원에) 공적영역이 개입해서 입원적합여부를 가려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사법기관의 개입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행정부가 개입해서 적합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의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판사가 정신병원 입원의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프랑스나 독일 등의 시스템은 국내에선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사무관은 "독일은 판사가 직접 병원을 돌아다니며 1개월이나 1주일에 한 번씩 환자에 대한 입원적합여부를 판단해주고 프랑스는 판사가 방문이 어려울 경우 화상 캠으로 적합여부를 판단한다"면서 "국내 시스템에선 쉽지 않다. 화상의 경우도 법률상으론 가능하지만 현재 사법시스템이 대면심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등 아직 이런 판단이 확산돼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판사 대신 국립병원의 공무원들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의위원회가 서면평가를 하고 필요시 조사관으로 파견돼 적합성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전자의무기록(EMR)이 입원적합성 심사요청과 연동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박 사무관은 "시스템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병원이) 환자가 올 때마다 팩스로 심사요청을 넣긴 힘들 테니 환자가 오면 바로 심사요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며 "현재 20~25만건 되는 입원을 모두 대면조사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1차로 서면 점검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면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립병원 소속 조사원이 병원에 나가 적합여부를 판단하고 2차로 대면판단을 실시해 최초입원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는 입원적합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퇴원'과 '계속입원'으로만 나뉜 병원의 퇴원명령 체계도 '외래치료'나 '3주 후 재심사' 등으로 다양화될 전망이다. 퇴원하기 애매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에게 조건부 퇴원 등으로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이같은 복지부의 정신보건법 개정 계획은 2014년 1월 정부가 발의한 전부개정법률안과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의원(새누리당) 등의 개정안을 통합시킨 것으로 빠르면 오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이번 헌재의 위헌여부 결정에 따라 추가 개정을 거쳐 20대 국회로 미뤄질 수도 있다.

박 사무관은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나면 그대로 진행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추가 개정을 해야할 것"이라며 "(복지부는) '합헌' 또는 '헌법 불합치'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나면 복지부가 위헌소지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서 다시 법령을 발의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 결정시엔 굉장히 심각해진다. 기존 입원해 있는 분들이 (병원에서) 나와야 하고 그에 대한 보상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복지부 입장에선)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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