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감별진단

[청년의사 신문 김철중]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의 병역 회피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3년 전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공개 MRI 검사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의사들의 주장으로 논쟁은 증폭되고 있다. 당시 의혹 제기를 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되면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던 강용석 변호사도 해당 의사들의 변호인으로 재등장하는 형국이다. 그 의사들은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과 외과, 치과 의사 몇몇이다.


의혹의 핵심은 박주신이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이 본인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 것으로 바꿔치기 됐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진 공개 MRI 검사에서도 그 바꿔치기 모델이 몰래 와서 찍어 공개 검증단을 속였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심을 품은 근거로 2011년 자생병원에서 찍어 병무청에 제출된 MRI·엑스레이 사진이 20대 청년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나이 든 몸이라는 것이다. 양승오 박사는 골수 신호강도를 분석해 봤더니 최소 35세 이상일 가능성이 거의 99%에 가깝다고 했다. 공개된 박주신의 엑스레이 사진에도 수상한 점들이 있다. 2011년 공군훈련소에서 찍은 것과 2014년 비자 발급용으로 찍은 것, 둘 다 박주신의 엑스레이라고 보기에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기자가 봐도 이상하게 보인다. 의혹 제기자들은 이를 근거로 박주신의 사진이 다른 남성 것과 바꿔치기 됐다고 믿고 있다. 꽤 의학적인 분석이요 전문가적인 식견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쳐도 그것이 10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게다. 다른 영상의학 전문가들은 의심은 돼도 MRI·엑스레이 사진만으로 해당 인물의 나이를 단정하거나 동일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진술을 법원에 남겼다.

박주신의 MRI를 보면 등 쪽 피하지방이 3cm 정도로 무척 두껍다. 그 사진만 보면 어마어마한 비만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나온 피하지방 분포 연구 논문을 보면, 젊은 비만 남자의 경우 등 쪽 피하지방 평균 두께는 1cm이고, 배 쪽이 3cm이다. 즉, 배 쪽 피하지방이 훨씬 두껍다. 하지만 박주신은 완전히 반대다. 배 쪽 피하지방 두께가 1cm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배에 피하지방이 몰리는 법인데, 박주신의 MRI에는 등판에 피하지방이 훨씬 많다. 이처럼 사람 몸은 예상 밖의 특이한 체형이 있기 마련이다.

박주신 건은 의학의 차원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의대 교수가 포함된 공개 검증단을 속일 정도로 MRI 사진 바꿔치기가 가능하냐가 주된 핵심이다. 그게 가능해지려면 박주신 측이 MRI 바꿔치기 모델을 다시 섭외해서 세브란스병원에 데리고 오고, 방사선사 몇 명과 미리 짜고 공개 검증받는 시간에 다른 방에서 MRI를 몰래 찍고, 그 영상을 대신 박주신의 MRI 방으로 쏘았어야 했다.

박주신은 그날 새벽 경기도 M병원에서 척추 MRI를 사전에 찍었다. 아마도 박원순 시장 측이 공개검증에 앞서 혹시나 해서 찍어 봤지 싶다. 그 사진도 세브란스병원 것과 같다. 그렇다면 M병원 방사선사 몇명과도 미리 짜고 바꿔치기 모델을 데리고 MRI를 몰래 찍었다는 얘기다. 박주신은 공개 검증 후 2년 가량이 지난 2013년 말 허리가 여전히 아프다며 다시 M병원을 찾았다. 그때 또 MRI를 찍었는데 소견은 공개검증 사진과 같았다. 그럼 이때도 바꿔치기 모델을 데리고 와서 다시 방사선사 몇명과 미리 짜서 MRI를 찍고, 가짜 사진을 갖고 일부러 진료를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바꿔치기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금까지 줄잡아 열 명 가까운 사람이 개입됐고, 일사불란하게 비밀을 지키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시대에 이게 가능한가.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체적 특이성은 의학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바꿔치기와 은폐가 사회학적으로 이렇게 완벽하게 도모되어 지속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의사들은 종종 의학적 도그마에 빠진다. 어지간하면 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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