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25% 환자 감소 시 월 급여비 8,592억원 절감 예상올해 누적적립금 포함 총 15조3,847억원 흑자…醫, 의료기관 손실보상에 써야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인해 병원들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메르스가 스쳐지나간 병원들의 환자는 많게는 90%씩 감소하기도 했고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병원들도 최소 20%씩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병원들의 경영악화를 보상해주기 위한 대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제 메르스가 발생했던 지난 5월 20일을 기준으로 요양기관의 환자 감소가 건보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예산은 52조677억원으로 이중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 지출 예산은 41조2,402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1달 평균 3조4,367억원이 급여비로 지출된다는 의미다.

메르스로 환자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25%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공단이 부담해야 할 급여비는 매달 8,592억원씩 감소한다. 메르스가 발생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만 해도 총 2조5,775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까지 더해지면 건보 재정 흑자폭은 더 증가한다.

지난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4조5,869억원으로, 누적 적립금이 12조8,072억원이다. 여기에 메르스로 인한 3개월치 급여비 지출 감소분 2조5,775억원을 더하면 총 적립금이 총15조3,847억원이 되는 것.

이는 7월 이후 메르스로 인한 요양기관의 진료비 청구감소 등은 제외한 수치며, 급여비 지출 예산을 단순 계산한 것으로 실제 메르스 여파로 인한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급여비 지출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메르스로 인한 진료비 감소로 지급됐어야 할 건보재정이 줄어들게 되자 흑자분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진료비 감소인 만큼 건보재정을 의료기관 손실 보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마련한 병원장 회의에서도 메르스로 진료건수가 감소해 급여비 지급이 줄어든 만큼 그 금액을 메르스 피해병원에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도 지난해 건강보험 청구액을 올해와 비교해서 이를 토대로 직접적인 피해액을 산출해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시민단체는 메르스로 인해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지 않아 발생한 진료비 절감인 만큼 이로 인한 건보 흑자는 공공병원 강화 등에 투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메르스로 인해 매달 1조원의 진료비 절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상태가 유지되면 20조원의 건보 흑자가 예상된다”면서 “메르스 사태 종결 이후에도 환자들은 의료기관 내 감염에 대한 충격의 여파로 예전보다 진료 받기를 꺼려할 것인 만큼 원상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상의료연대는 “메르스로 인한 건보 재정 흑자는 간병비 해결, 법정본인부담금 인하 등 보장성 강화에 투자해야하며, 메르스로 인한 병원 손실은 별도의 예산으로 충당해야하지 건보 재정으로 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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